「제아무리 불가사의한 현상이라도, 현장을 똑같이 재현해서 객관적으로 관찰, 분석, 추론할 수 있는 인물이 보면 개연성이 있는 해석 몇 가지쯤 생각해내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야.
다만 말그대로의 재현은 무리란 말이지.
날씨 하나만 들어봐도 햇빛이니 바람의 방향까지 똑같은 날은 있을 수 없으니까.
게다가 이 경우 귀찮은 건 뭐가 그 현상에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없었다는 점이거든.
그러니 대개의 경우 중요한 정보가 빠진 상태에서 '불가사의 하다, 있을 수 없다' 하고 무서워하는 거야」
미쓰다 신조의 도조겐야 시리즈 중 세번째로 읽은 책입니다. 그 중 가장 재미없었습니다.
이 시리즈의 정체성이라고도 할 수 있는 기이한 사건에 대한 초현실적 공포와 합리적인 해석의 대립, 사건해결 클라이막스에서 갖가지 해석을 던져가며 최종 결론(이라기보다는 해석)에 이른다는 점은 여타 다른 도조겐야 시리즈(정확히는 미쓰다 작풍)와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처음 읽었던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에 비하면 호러든 추리든 어느 부분도 썩 재밌지 않습니다.
재미없을 수 밖에 없는 치명적 이유는 바로 550페이지나 되는 분량에서 200페이지 넘도록 마을과 인물에 대한 배경정보를 계속 쏟아낸다는 겁니다. 추리소설은 초반에 배경정보를 열심히 깔아놓는 게 중요하다고 하지만 염매는 그 정도가 너무 심했습니다. 이왕 보기 시작한 거 아까워서라도 계속 보게 만들었다면 그 책이 얼마나 독자의 흥미를 끌어내지 못했냐에 대한 반증이 되겠죠. 이 설명충 파트가 지나간 뒤에도 딱히 사건이 재밌다거나 사건해결이 오오! 그렇구나!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그런 절정감도 못 느꼈던 걸 보면 확실히 꽝이었던 작품이었습니다.
의외로 서술트릭을 섞어넣은 점에서 점수를 줄 수 있을까 생각해봤지만 별로 재밌게 만든 트릭도 아니라서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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