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목숨이 소중하다고 정말로 믿는 건 아니겠지?
사람을 죽이면 자신이 처벌받으니까 소중한 척하는 것뿐이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모티브로 본격추리와 SF를 짬뽕한 고바야시 야스미의 명작. 재밌습니다.
먼저 등장인물들이 꽤나 유쾌합니다. 이것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캐릭터와 화법을 거의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입니다. 미치광이들과 멍청이들이 쳇바퀴 구르듯 귀결 없는 대화를 하고 있는 걸 보면 막 리듬감도 느껴지고 묘하게 웃깁니다. 상식인 앨리스가 답답해 미치는 걸 보면 더 즐겁죠. 거기다 동화의 캐릭터를 가져온 것에 그치지 않고 현실세계의 등장인물들과 연결시킴으로써 더욱 재밌는 캐릭터를 구성합니다. 특히 도마뱀 빌이 앨리스 세계에서는 귀여운 빡통 멍청이지만 현실세계에서는 제법 똑똑한 이모리와 연결됨으로써 생겨나는 그 갭이 재밌었습니다. 밴더스내치를 상대로 빌이 이모리의 재치를 쓰는 장면은 빌과 이모리가 겹쳐지면서 극적인 긴장감이 더해져서 굉장했죠.
캐릭터와 독특한 화법의 재미뿐만 아니라 본격추리로서의 재미도 훌륭했습니다. 아마 캐릭터 간의 연결을 이용해서 반전이 나오지 않을까 했는데 생각 이상으로 심플하게 잘 꼬아놨습니다. 마지막 반전은 초반의 대화가 확 떠오르면서 아 그랬지! 하고 무릎을 탁! 치게 됩니다.
잔인하면서 해학적인 묘사 역시 재밌었습니다. 들개한테 얼굴 다 뜯어먹혔다거나 목구멍에 굴을 쑤셔넣는 장면 등이 말이죠. 특히 마지막 처형 장면은 막 신나고 웃기고 그로테스크한 잔혹동화의 묘미가 느껴집니다.
뭐 여튼 앨리스라는 고전텍스트를 잘 활용한 작품이었습니다. 그건 그렇고 앨리스는 정말 어느 동네에서든 써먹기 좋은 소재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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