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거지?」
「그건 알 수 없습니다」
「나 개인적으로는 자신감만 있는 오만한 명탐정보다 도조 겐야 쪽이 마음에 드는걸」
「아 예……」
「연쇄살인이 발생해 몇 명 죽고 난 다음에야 겨우 사건을 해결해놓고 실은 처음부터 범인을 알고 있었다고 지껄이는 명탐정보다,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댁이 훨씬 더 믿음이 가」
잘린 머리, 산마, 염매에 이어서 4번째로 읽게 된 미쓰다 신조의 도조 겐야 시리즈. 이 시리즈 중에서는 여전히 잘린 머리가 최고였지만 미즈치도 제법 재밌었습니다. 책두께가 잘린 머리 이상이라서 여태 미뤄온건데 말이죠.
도조 겐야 시리즈는 교고쿠 나츠히고의 교고쿠도 시리즈처럼 기이한 사건 속에서 합리적인 추리를 접목해 사건을 해결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교고쿠도 시리즈가 교고쿠도의 압도적인 능력(대개 명탐정 소설들이 그러하듯)으로 사건을 완벽하게 해결하는 대신 도조 겐야 시리즈는 완벽하지 못한 몇가지의 추론을 가져오면서 결론을 점차 완성시켜나간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도조 겐야 시리즈의 가장 재밌는 점이죠. 현실적으로 추리와 합리적 해석이라는 것들은 단번에 직감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며 원고를 완성시키듯 쌓아가는 것이니까요. 이런 구성이 계속 뒤집고 뒤집는 반전의 역할도 하고.
그 외에도 캐릭터적으로 류마, 세이지, 류지 등이 잘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냉소적인 말투를 지녔지만 의외로 뜨거운 류마, 신사적이며 정이 많은 세이지, 미즈치 제의에 대한 광기로 물들여진 류지의 대립과 긴장감이 잘 느껴졌던 이유는 캐릭터가 잘 잡혀있는 덕이었겠죠. 그 외에도 도조 겐야와 시노의 훈훈한 모습이라든가 등등 도조 겐야 시리즈 중에서 대화가 제일 재밌었던 작품이었습니다.
다만 미쓰다의 특기인 괴기스러운 공포감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그나마 쇼이치의 경험담들이 조금 오싹했을 뿐 여태 봤던 미쓰다의 호러 텍스트에 비하면 영 밋밋한 감이 있습니다. 그리고 정발판의 번역에 오타와 비문이 계속 눈에 띄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라는 관용어를 다른 작품에서도 계속 남발하는 것도 거슬리구요. 그래서 다음부터는 원판으로 읽을까하는 고민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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