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겠습니다만…… 당신, 왜 망가진 척을 하고 있습니까?
아뇨, 아뇨, 아뇨, 아뇨. 실제로 의문이라구요. 무슨 이유로, 뭐를 위해서,
무슨 의미가 있어서 그렇게 광기로 물든 연기를 하시는 건가요?
당신의 광기는 너무 제정신이야.
그렇게 약삭빠르게 얌전히 동정받도록 행동하는 건 광기에 대해서 실례라는 겁니다.
덜떨어진 미친놈 연기입니다. 진심으로 하고싶다면 타인의 눈을 의식해서는 안된답니다」
이세계 유행 언제 종말하죠 씨팔? 이젠 초딩들한테도 안먹힐 때가 되지 않았나? 어쨌든 이 작품은 이세계 유행 초반에 뜨기도 했고 루프물까지 더해져서 나름 인기 끌 요소가 있었던 듯 싶습니다. 물론 스탭들의 노력이 제법 느껴지기는 했으니 간만에 성공한 mf문고 출신 애니메이션입니다.
예상 외로 2쿨씩이나 하다보니 뭔가 쓸말이 이래저래 있었는데 그새 다 까먹었습니다. 심플하게 재밌냐 재미없었냐를 따진다면 재미없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재밌지도 않았던 애니.
1화를 봤을 때 주인공에 대해서 느낀 인상은 호감이었습니다. 의외로 말뽄새가 꽤 재밌는 캐릭터였고 적당히 생활감이 느껴지는 옷도 좋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갈수록 지나친 하이텐션의 말뽄새로 변하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보고 있으면 괜히 지치게 만드는 캐릭터였습니다. 또한 그의 지나치게 헌신적인 행동, 전직 히키코모리 설정과 너무나 안어울리는 말뽄새와 행동력, 긍정충 멘탈이 전혀 이해가 안갔습니다. 딱 한번 초반에 렘한테 죽기 직전까지 몰리자 "내가 니들한테 뭘 어쨌는데에에에에!!" 악지르며 질질 짜는 장면만큼은 인간적으로 공감이 확 가는 장면이어서 좋았지만요. 뭐 여튼 이랬던 주인공이 후반부에서 쥐어터지고 에밀리아한테도 버림받으며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지기 시작하면서 하이텐션이 슬슬 약해지더니 점점 이해가 가기 시작하는 주인공으로 변해서 좀 나아졌습니다. 특히 에밀리아와 다투면서 결국 에밀리아에 대한 헌신은 자기만족 혹은 자기도취에서 시작된다는 걸 확실히 말해준 곳이 좋았습니다. 전 사람의 행동의 근본은 모두 자기애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밑도 끝도 없는 긍정충 히어로정신을 가진 주인공보다 밑바닥이 드러난 후반부의 주인공이 훨씬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히키답지 않은 독특한 말뽄새도 따지고보면 대화의 자기완결성이 강한 히키 혹은 오타쿠들 특징을 생각해보면 별 다를 바 없으니 얼추 이해가 갔습니다.
뭐 여튼 이런 주인공에 대한 생각거리를 빼면 별로 볼만한 곳이 있는 작품은 아니었지만 딱 두번 재밌는 파트가 있었습니다. 한번은 앞서 언급했던 '내가 니들한테 어쨌는데' 장면과, 우리의 페텔군이 등판한 15화. 또라이전문 성우 마츠오카의 연기가 훌륭했습니다. 대사와 몸짓 하나하나가 꽤 재밌을 뿐만 아니라 15화에서 스바루를 놀려먹고 렘을 뿌직뿌직 죽이는 연출이 신났습니다.
애니를 너무 열심히 만든 탓에 오프닝, 엔딩도 생략되기 일쑤였는데 덕분에 기억에 남는 노래는 1기 엔딩 뿐. 그리고 분량 조절이 음... 원작이 어떻게 배분되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후반부에 너무 편중된 느낌이 있었습니다. 덕분에 후반부에 활약하지 않는 캐릭터들은 전부 공기화(특히 메인히로인 에밀리아) 되어버립니다. 25화 전체 구성뿐 아니라 각 편마다의 배분도 좀 너무하다 싶은 곳이 몇번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멘탈 뽀개진 스바루와 렘의 대화편. 아니 진짜 ㅋㅋㅋㅋㅋ 둘이서 25분 내내 떠들고 있는 에피소드를 왜 만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계속 화면만 쳐다보다 정색할 뻔 했어요.
마지막으로 좋았던 곳 하나만 더 추가해보면 유리와 스바루의 호모파티였습니다. 원래 꼬츄들은 싸우면서 뜨거워진다고 신나게 두들겨패고 욕하던 둘이 막판에 호모호모한 모습들이 꽤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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