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마술사로 불렸던 나의 어머니―― 치카미야 레이코의 이름을 걸고…!」
소년탐정 김전일의 외전 단편. 주인공은 이 시리즈의 라스보스인 타카토입니다.
잠시 김전일 본편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보겠습니다. 김전일 본편은 적어도 1부만큼은 정통파 미스테리의 모범교과서라 할만큼 훌륭했습니다. 김전일의 할애비였던 긴다이치 시리즈를 만화로 그대로 옮긴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클로즈드 서클 연쇄살인 배경과 질척한 분위기, 재밌는 트릭(사실 대부분의 트릭이 명작 미스테리 소설에서 가져온 거라서 트릭이 재미없을 수가 없습니다) 등등 뭐 하나 흠잡을 곳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2부로 넘어가서는 그림의 변화와 함께 전반적으로 느슨해진 분위기, 시시해진 트릭, 라스보스 타카토의 단순한 빌런화 등이 겹쳐져서 1부의 느낌이 싹 사라지고 비교적 소프트한 미스테리물이 되었습니다. 마치 코난처럼요.
이젠 또 황당하게 김전일이 37세가 된 3부(맞나 모르겠습니다. 2부부터 제대로 안봐서)도 연재를 시작했는데 뭐 하여간 폼이 조금이나마 회복한듯 합니다. 물론 그쪽도 제대로 보진 않았습니다.
어찌 됐든 이번에 본 작품은 타카토의 좆고딩 시절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타카토의 심정이나 첫 살인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라스보스의 첫 살인이라면 좀 더 의미깊거나 주요인물이 상대였어야 했는데 진짜 별 의미 없는 살인이 되어서 허망한 느낌이 있습니다. 김전일이 2부 와서 확 재미가 떨어진 이유도 앞서 말했듯 타카토의 포스가 확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주인공이 이기는거야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그에 대한 타카토의 반응 등이 1부의 미스테리어스한 예술살인자와 많이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이 외전으로 조금이나마 그 느낌을 회복했으면 했지만 첫살인이 진짜 별거 아닌 살인이라서 이미지 회복에 썩 도움이 안되겠네요.
다만 사건의 트릭은 좋았습니다. 전 이렇게 저렇게 꼬아놓은 트릭보다는 심플하게 인간의 허를 찌르는 트릭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제 정통파 미스테리의 바이블인 <점성술 살인사건>의 트릭이 그렇고, 그 트릭을 김전일이 이진칸촌 살인사건에서 표절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외전의 범인이 쾌락살인마였던 점도 좋았습니다. 김전일의 범인들이 대부분 복수가 범행동기입니다. 그리고 복수를 하면 이미 죽은 사람이 기뻐할거 같냐고 김전일이 허군날 지랄할 때마다 납득이 안갔습니다. 아니 씨팔 내 감정 풀고싶어서 복수 좀 하겠다는데 뭐 어쩌라고? 그리고 전 누가 내 복수를 해주면 존나 좋아할 거 같은데? 하여간 그래서 복수가 동기인 범인은 적당히 봤으면 합니다.
외전 이야기를 쓴다면서 딴 이야기도 길게 해버렸습니다. 어쨌든 김전일의 폼이 회복했다면 37세 아재가 된 김전일 이야기도 볼 생각입니다. 근데 아무리 그래도 37세는 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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