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합니다 겐노스케님」
세가와 마사키의 닌자활극배틀로얄 만화. 물론 원작은 야마다 후타로의 소설입니다. 듣기로는 그렇게 유명한 소설이라고 합니다만 안 읽어봤으니 코믹스판 기준의 감상이 되겠습니다.
사실 이 만화는 10년 전에 봤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서 후속작인 오우카인법첩 애니가 방영된다길래 어차피 구체적 내용이 기억도 안나고 5권밖에 안하겠다 냅다 재탕하게 됐습니다. 과거에 재밌었던 감상이 나이 쳐먹고도 마찬가지일지 궁금했는데 다시 봐도 재밌었습니다.
잠시 세가와의 만화들에 대해 평가를 하면 귀참십장은 안봤으니 제외하고 바질리스크>>>>>>>쥬인법마계전생>>>>>>>>>>>>>>야규인법첩 순서입니다. 물론 전부 야마다 후타로의 소설이 원작이지만 전술했듯이 읽어본 적이 없으므로 코믹스 기준입니다. 이런 순서가 된 이유는 바질리스크 쪽이 압도적으로 스피디하고 긴장감과 비장감이 넘치는 전개이기 때문입니다. 제일 재미없는 야규인법첩은 느린 전개와 살짝 해학적인 분위기, 그리고 뭣보다 적들도 대부분 자코같은 놈들일 뿐만 아니라 야규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7마리의 여편네가 주인공이기 때문입니다. 여편네들이 싸워봤자 뜨겁지도 않고 애당초 이 여편네들이 강한 것도 아니며 야규를 중심으로 전략적 승부를 가져가는 전개이므로 여튼 바질리스크와 비교해서 재미가 확 떨어지는 편입니다. 그리고 쥬인법마계전생은 아직 완결이 안나서 평가하기가 뭐시기 하지만 역시 바질리스크와 비교하면 죽고죽이는 사투와 긴장감이 훨씬 떨어집니다. 세가와의 여편네 그림은 거시서 절정이긴 합니다만.
이제 바질리스크 이야기를 제대로 해보자면 가장 평가하고 싶은 부분은 죽고 죽이는 10대10 배틀로얄이 굉장히 잘 만들어졌다는 사실입니다. 요즘 식으로 말하면 사실상 이능력배틀 장르가 되어버리는 닌자들의 외도인법들이 엮이고 엮여서 한명한명씩 죽어가고 마지막의 여운까지 전개가 일품입니다. 게다가 이런 처절한 배틀로얄이 앞서 계속 언급했던 것처럼 굉장히 스피디하고 긴박감있게 돌아갑니다. 총5권 완결이라는 분량에서 알 수 있지만 쓸데없는 자잘한 이야기가 하나도 없이 시작부터 완결까지 닌자들의 사투가 계속됩니다. 팀전 배틀의 가장 이상적인 형태. 그리고 여타 다른 팀전 만화들이 그러하듯 10대10->8대9->8대7 이런 식으로(각 화마다 몇대몇인지 나오는 제목도 좋았음) 균형을 맞춰가며 서로 죽어가는 전개도 아니며 한쪽이 압도적으로 수를 줄여가고 또 다른 한쪽이 역전을 하는 등 보는 입장에서 정말 흥미로운 형세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막판 가서는 거의 균형이 맞춰졌지만.
요즘 보면 그리 튀는 이능력들이 아니지만 능력을 활용하는 방법을 요즘 이능력물들보다 훨씬 잘 만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다른 인물로 둔갑하는 사에몬의 능력 자체는 폼도 안나고 약한 능력같지만 적팀에 섞여들어가서 통수를 치고 정보를 캐내는 술수 자체가 잘그려져 있어서 가장 멋지게 쓰이는 능력입니다. 그리고 오보로의 능력캔슬 능력같은 경우는 요즘 흔히 보이는 능력이죠. 가장 흔한 예로 금서목록의 주인공. 요즘 이능력물에서 이런 캔슬기술을 보면 그저 능력을 무효화시키고 상대를 발라버리는 치밀하지 못한 전술을 연출하는 능력임에도 바질리스크의 오보로같은 경우는 꽤나 잘 쓰였습니다. 잠입했던 상대가 오보로와 미주치면서 둔갑이 풀리며 망했다!같은 경우도 좋았지만 특히 마지막에 불사의 능력을 무효화시키는 연출이 대단했습니다. 사실상 능력무효 외엔 전투력이 제로라고 할만한 오보로가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강한 의지를 가지고 불사의 닌자를 쳐다보면서 부활을 막아내는 곳이 여러모로 대단했죠. 요즘 이능력물들은 본받아야.
캐릭터적으로도 야규인법첩이나 쥬인법마계전생보다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일단 겐노스케와 오보로가 주인공인 형태를 하고 있지만 20마리 닌자들이 거의 비슷한 비중을 유지하며(물론 일찍 뒈진 애들은...) 활약합니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았던 캐릭터는 사에몬. 둔갑이라는 평범한 능력으로도 MVP급 활약을 했으며 호타루비전에서 둔갑을 푸는 장면(근데 왜 콧털은 둔갑못하냐ㅋㅋㅋ)과 애도를 하는 장면들 등등 째진 실눈까지 해서 가장 폼나는 캐릭터. 특히 여동생의 시체를 눈앞에 두고 냉정을 유지하는 멘탈과 손가락교신을 하는 곳은 바질리스크에서 가장 인상깊은 장면 중 하나입니다.
텐젠은 라스트보스 위치에 있는 캐릭터지만 강하기보다는 그저 엄청엄청 질긴 놈이라는 인상 때문에 조금 애매한 캐릭터입니다. 다만 태어나지 못한 쌍둥이에 의한 불사의 정체가 재밌긴 했습니다. <신주신위신락>의 파순-하바키라든가 <우시오와 토라>의 백면-토라가 떠오르기도 하고(디테일하게는 다르지만). 아쉬운 점은 그 쌍둥이의 삶에 대한 집착이 코믹스판에서 제대로 나오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원작에서는 텐젠의 캐릭터와 이 설정이 잘 묘사되어 있다고 하는데 바질리스크의 5권 분량의 스피디한 전개가 이렇게 캐릭터 묘사 측면에서는 약점이 되긴 합니다.
그림도 힘있는 작풍이어서 꽤 좋습니다. 여편네를 야하게 그리는거야 이 시절부터 그랬죠. 가끔 난잡해서 알아보기 힘든 그림이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리고 꼬츄들 체형이 은근 작게 그려지는데 아마도 역사고증ㅋㅋㅋ이지 싶습니다.
엔딩도 꽤나 여운있게 끝나면서 가장 이상적인 5권 분량 만화가 아닐까 합니다. 그야말로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만화. 애니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2쿨 분량이 되면서 바질리스크 최고의 강점이 사라지며 루즈한 전개가 되겠다 싶어서 챙겨보지는 않았습니다. 뭐 언젠간 볼 수는 있습니다. 오프닝도 명곡이고. 그리고 오우카인법첩은 세가와 만화도 아니고 뜬금없이 아들내미가 주인공이던데 그냥 다른 작품이라 생각해도 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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