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자신은 선량한 시민이라 믿고 신고했겠지. 그래서 더 민폐라는 거야. 본인이 선의라고 믿는 행위일수록 감당하기 힘드니까. 세상에서 가장 성가신 다툼은 악의에서 파생하는 것보다 선의와 선의가 엇갈리는 거야. 안그래?」
「이 세상에는 완전히 멀쩡한 사람도 없고 완전히 이상한 사람도 없습니다. 저는 얼마 전에야 그걸 알았어요. 누구나 마음속에 광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길 가는 사람들,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들, 운동장에서 땀 흘리는 사람들 모두 마찬가지예요. 예외는 없어요. 그런데 마음속 깊이 숨은 광기가 어떤 계기로 슬쩍 밖으로 나올 때가 있죠. 그리고 그걸 본 주변 사람들이 이 사람은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라고 딱지를 붙여서 자신들로부터 한시바삐 떨어뜨려고 해요. 왜 이렇게 소란을 떨까? 대답은 간단해요. 자신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래서 사람들은 그 광기를 길들이려고 노력해요. 선한 사람으로 남게 하려고 싸웁니다」
「그때 법정의 단상에서 재판장은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유족들 감정과 처벌하는 감정은 다르다고. 그걸 누가 모릅니까! 법정은 복수의 장이 아니라고? 그것도 누가 모릅니까!」
나카야마 시치리의 책은 <속죄의 소나타>에 이에 이놈이 두번째. 그럭저럭 재밌었습니다.
이 책도 카테고리를 분류하자면 이것저것 섞은 혼종입니다. 고테가와+와타세 콤비가 주인공인 형사소설 장르와 사이코미스테리 및 사회파 냄새도 나며 스릴러나 본격파에 가까운 구성도 하고 있습니다. 물론 현대미스테리 소설을 딱 하나의 장르로 분류할 수 없음은 당연하지만 이 책은 그중에서도 장르적 혼종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속죄의 소나타처럼 막판 세판 뒤집기 반전을 보여줍니다. 이에 대해서는 미쓰다 신조의 스킬과 비슷하다고 전에 언급한 적이 있지만 역시 미쓰다의 그것과는 많이 다릅니다. 다각도의 추론을 던져가며 결론에 도달하는 미쓰다와 달리 나카야마는 반전을 위한 도구라는 인상이 강하죠. 클라이막스 전까지 너무 많은 암시를 던져줘서 2판까지는 예상했으나 마지막 한판은 꼼짝없이 당했습니다. 요 근래 본 미스테리소설 범인 중 젤 머가리가 잘 돌아가는 분이었습니다.
이런 본격파적 구성도 재밌었지만 의외로 가장 재밌었던 파트는 범인과의 사투 두판. 첫판은 그야말로 캣파이트라서 진흙탕재미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두판째는 시각과 청각이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상대의 홈그라운에서 쫓꼬 쫓기는 스릴감이 좋았습니다. 기시 유스케의 <검은 집>이 떠오르기도 했지만 물론 그정도 레벨의 쫄깃한 스릴감까진 아님.
주인공 형사콤비와 사유리는 속죄의 소나타에서도 등판했습니다. 그 책에서 암시됐던 고테가와의 과거가 여기서 풀리며 사유리가 어떤 인물이었는지 그 전부가 드러납니다. 개구리 남자를 다 읽고 나면 소나타의 주인공 역시 이런 결말을 맞이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씁쓸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만화 등에서 흔히 보는 '복수한다고 죽은 사람이 기뻐할 거 같아!?' 등등 조잘거리는 주인공과 그 말에 감화되며 눈물을 흘리는 상대를 보면 참 어이없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복수는 죽은 사람의 감정 운운할 게 아니라 복수하는 자의 기분의 문제입니다. 뭐 이책 끝에서 언급되듯 그저 화풀이죠.
아 그리고 애비에게 당하는 얼라 강간씬이 꽤 야했습니다. 다 합쳐서 5페이지 남짓이지만 욕실 펠라 -> 방에서 뒷치기 일상이 에로에로합니다. 그리고 다 늙은 노친네가 몇시간이나 정력 유지하며 발기하는 걸 보고 있으면 내 자지는 대체 뭘까 하고 슬퍼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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