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연기로 남을 행복하게 할 생각은 없어
나는 나를 위해서 연기하고
거기에 뭐를 느낄지는 사람들의 자유야
나는 누구도 사랑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사랑받아도 그 사랑에 보답하지 않을거야
그래도 좋다는 사람만 맘대로 해라
어떻게 받아들이든 상관없어
연기 하는 건 나한테 있어선 복수니까」
<카구야 님은 고백받고 싶어> 등으로 유명한 아카사카 아카 스토리 + <쓰레기의 본망> 등등으로 유명한 요코야리 멩고 그림의 영점프 연재작.
전생 + 아이돌 + 배우 장르라는 끔찍한 혼종...이긴 하지만 작가역량 자체가 뛰어나서 어찌됐든 쓸만한 만화입니다. 그림은 뛰어나지만 스토리는 먹다가 체한 느낌이 드는 요상한 이야기만 쓰는 멩고와, 스토리는 뛰어나지만 그림력이 딸리는 아카사카의 조합이 썩 괜찮습니다. 어두운 톤의 그림, 시니컬한 스토리를 자주 쓰는 점에서 애당초 두 작가의 공통점이 있기는 합니다. 아카사카는 카구야가 의외의 장기연재를 하면서 문제점이 여기저기 터지고 있는 시점에서 그냥 이쪽을 주력으로 하는게 나아보입니다.
문제 발생과 해결, 등장인물들의 관계성에서 확실히 아카사카의 냄새가 강하게 느껴지지만 멩고의 냄새도 가끔씩 풍깁니다. 그림도 기본적으로 멩고의 연출이 더 많긴 하지만 여러 곳에서 아카사카가 그릴만한 연출도 많이 보입니다. 본인 색이 확실한 두 작가가 협업을 하면 뭔가 개판날 거 같은 걱정부터 앞서지만 원래 비슷한 성향이 있는 두명이라서 오히려 시너지가 생기는 듯 합니다. 미래의 인터뷰 연출(허군날 바키의 그 인터뷰 연출만 보다가 이렇게 확실히 복선을 심는 인터뷰를 보니 상쾌하네요), 천재아역년(아리마 카나)이 플래그 박히는 연출, 멘헤라년(쿠로카와 아카네)이 돌변하는 메모+데헷 연출 등이 임팩트가 강했습니다.
보기 전에는 러브코메 장르라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러브코메보다는 그냥 배우드라마+아이돌 장르라는 생각이 듭니다. 평생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고가 있습니다. '아이돌은 팬들의 웃음을 위해 노래한다' 뭐 대충 이런 동화같은 발상입니다. 아니 진짜 어떻게 생각해도 본인이 재밌거나 돈 벌려고 직업 아이돌 하는거지 그게 대체 왜 남을 위해서 한다는거죠? 배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남을 행복하고 즐겁게 해주려고 배우를 해? 아이돌과 마찬가지로 본인이 재밌거나 돈 벌려고 하는거 아닙니까. 인간의 직업은 전부 본인의 에고 충족이나 돈을 위해서 하는거죠. 뭐 어쨌든 그런 점에서 복수를 위해서 연기를 하는거지 남들이 뭘 느끼든 알아서 하라는 이 만화 주인공의 사고는 좋습니다.
지금까지 등판한 히로인은 셋. 그 중 아역년과 멘헤라년이 꽤 마음에 듭니다. 아역년은 얼라 시절부터 딱 괴롭히기 좋은 허당에 쓸데없이 높은 자의식, 커서는 뭔가 빡통같아서 더 괴롭히기 좋아보이는 어린 와꾸와 언동, 그리고 밀어붙이면 거절 못하는 만만함까지 겹쳐서 꽤 괜찮은 히로인이 됐습니다. 문제는 히로인에게 가장 중요한 젖입니다. 젖이 보통인지 작은건지 좀 애매합니다. 애당초 이 만화는 작정하고 크게 그리는 년이 아닌 이상 별로 젖 강조를 할 생각은 없는 만화라서 분간이 안되네요. 일단 멩고 트윗이나 미래의 모습을 보면 젖이 있긴 한데...
멘헤라년은 좀 의외였습니다. 계속 존재감이 없었던 모습이 설마 빌드업이었을 줄은 몰랐네요. 집게를 계속 들고 고기 굽겠다는 장면부터 심상치 않은 년이긴 했습니다. 멘탈이 계속 불안정 하더니 한번 터지고나서 회복하니까 거의 미친년마냥 트레이싱을 하는데 이게 꽤 임팩트 있었습니다. 이름부터 어두운 인상을 심어놓더니 이런 식으로 히로인 설정을 성공하는군요. 앞으로도 멘헤라 버전과 트레이싱 버전이 번갈아 나오는 미친년이면 좋겠습니다.
여동생년(호시노 루비)은 취향이 아니라서 패스. 어차피 여동생이라서 히로인은 아니고 제2주인공이겠죠. 이년도 전생 설정이 있는데 음... 얘까지 전생 설정을 넣을 필요가 있나 싶네요.
요즘 유행하는 전생물. 이게 참 병신같습니다. 대가리만 어른인 상태에서 다시 아기 때부터 시작하고 싶은 망상이 이해가 안가는건 아니지만 이게 유행을 타기 시작하더니 그냥 아주 좆같아요. 전생해서 존나 쩌는 주인공으로 태어나지 않으면 뭐 재밌게 만들 스토리가 없나요? 아니, 애당초 재미도 없잖아. 좆세계물이나 전생물이나 진짜 왜 이딴게 몇년째 유행이 안끝나고 있는지 참 미스테리입니다. 유토리 세대니 뭐니 하지만 그냥 그보다 심한 끔찍한 세대입니다.
딴소리가 길어졌는데 여튼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은 주인공 전생 설정입니다. 전생 전 의새 시절과 지금의 시니컬한 두뇌파 주인공이 매칭이 안됩니다. 마마의 죽음으로 변했다고 하면 되지만 애당초 그럴거면 전생한 놈이 아닌 그냥 똘똘하고 조숙한 얼라 주인공이었어도 대충 마마 뒈짖을 계기로 삐뚤어졌다는 전개도 충분하지 않습니까. 덕분에 여기저기서 위화감이 많이 발생합니다. 앞으로 전개를 어떻게 하냐에 따라서 전생이 좋은 장치가 될 수 있겠지만 전생 설정 자체가 워낙 쓰레기라서 글쎄요.
推し라는 단어를 꼭 최애로 번역해야 하는 걸까요. 최애란 말 좆같은데. 일단 조선에서 <최애의 아이>로 번역되고 있으니 그렇게 제목은 박아놓겠지만 찝찝합니다. 뒤에 ~의 아이 박아놓으니 전체적인 어감 자체는 썩 나쁘진 않은데... 만약 조선에 정발되면 무슨 제목으로 나올지 궁금하긴 하네요. 블루락이 블루록으로 정발된거 웃겼음!
매주 챙겨보는 만화 하나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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