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어이, 나다」
콘도 신스케의 코믹데이즈 연재만화. 만갤의 인기작 중 하나.
처음 보기 시작했을 때 이 만화에 대해서 느꼈던 인상은 현대판 바질리스크였습니다. 닌자와 야쿠자의 8대8 살육전. 하지만 보면 볼수록 바질리스크보다는 김성모 냄새를 풍기는 코믹 배틀 극화에 가까웠습니다. 물론 소소한 킬링포인트에서 김성모를 느낄 뿐이지 전체적인 전개는 청년 배틀만화의 왕도를 잘 따라가고 있는 작품입니다.
에피소드를 거듭할수록 야쿠자들이 깽판치는 스케일이 커집니다. 처음에는 건물 하나 싹 날리더니 그 다음엔 가부키쵸를 아예 박살내버리고 그 후는... 까리하게 흑칠+개조한 폭주자동차 3만대와 폭주족 5만명이라는 황당한 스케일로 도쿄의 도로를 조져버립니다. 그것도 차는 전부 단기간에 가져온 고급자동차입니다. 차 좀 준비해달라는 빌드업부터 시작해서 폭주족을 모으는 전개, 마지막까지 지옥에서 뜨겁게 달리는 폭주족 에피소드가 정말 재밌습니다. 한 도시에서 이렇게 사람이 죽어나가면 세계역사에 역대급으로 기록될 수준인데... 다음 에피소드는 얼라들이 총리관저에서 깽판칠 모양입니다.
엑스트라들이 이상하게 노리가 좋습니다. 노릇하게 타면서 신나있는 야쿠자들, 기적의 수술에 흥분하는 의새들 등등 재밌는 엑스트라들이 많아서 컷마다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매력이 있습니다. 웃으면서 목 날라가는 장면들은 이 만화의 심볼.
일단 아군 포지션은 닌자이고 적 포지션은 야쿠자입니다. 근데 여기서 다른 만화와 좀 다른 점이 있습니다. 배틀만화는 아군을 약하게 만들고 적을 강력한 캐릭터로 만드는 것이 암묵적 룰입니다. 강한 적을 뛰어넘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위해서 이런 매듭이 짜여진 이유가 큽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닌자의 개체가 훨씬 강하고, 야쿠자는 일반인의 몸을 마약으로 강화해서 닌자에 맞서싸우는 대조를 보입니다. 지금까지 묘사된 것만 봐도 확실히 닌자 쪽이 강합니다. 야쿠자는 마약과 쪽수, 꺵판력으로 승부를 보게 되는데 이게 오히려 재밌게 맞아떨어지면서 다른 배틀만화와 비교해서 색다른 묘미가 생겼습니다.
지금까지 등판한 애들 중 가장 마음에 든 캐릭터는 폭주신(야지마)과 꼬맹이(가무테). 폭주신은 따까리들을 모으는 황당한 연출과 워낙 신났던 폭주족 에피소드, 듀엣 드립 등등 볼거리가 참 많았습니다. 마지막 기술도 참신했고. 부하들도 꽤 웃긴 놈들이 많은데 특히 시그마군의 퇴직금 드립은 살면서 한번쯤은 꼭 해보고 싶은 대사에 들어가겠죠.
원래 싸이코 얼라 캐릭터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다 그놈이 그놈같은 똑같은 애들이거든요. 패션마저 이상하게 똑같음ㅋㅋㅋ 꼭 반바지에 후드 입고 있더라... 그러나 이쪽 꼬맹이는 일단 디자인부터 마음에 들었습니다. 광대신발, 껌테이프, 빠진 이빨, 치마, 반쯤 열어제낀 슴골이 묘하게 멍청한 또라이같은 느낌을 줍니다. 교복버전도 서양 호러영화에나 나올듯한 싸이코 얼라같아서 다른 느낌으로 또 좋습니다. 엄마한테 껌테이프를 칭칭 감겨서 쳐맞고 거세까지 당한 과거도 까리해서 좋군요. 만갤에서 욕도 진짜 얼라같이 번역을 잘해놨고.
드립과 재미를 함께 건질 수 있는 만화. 매주 즐길거리가 하나 더 생겨서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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