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국의 황제였단다」
등장인물의 9할 이상이 중국인이지만(엑스트라까지 치면 9할9푼) 신기하게도 이탈리아영화. 1988년 아카데미 최우수 영화이기도 합니다.
이야기만 보면 큰 사건이나 굴곡이 없는 전개라서 지루한 면이 있습니다. 역사영화 중에서도 중국의 마지막 황제였던 푸이를 다룬 영화다 보니 뭔가 확! 튀는 전개가 있을 법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담담한 분위기로 진행됩니다.
하지만 푸이라는 인물을 조명하는 분위기와 음악의 퀄리티가 상당한 수준이라서 확실히 명작이라 회자될 만한 영화이긴 했습니다. 먼저 푸이를 중반부까지는 굉장히 연민적인 시각으로 비춰줍니다. 어린 나이에 즉위한 푸이와 꼭두각시로서의 인생, 그리고 뭣보다 어머니가 죽었음에도 자금성을 빠져나지 못하고 오픈 더 도어!를 외치는 모습은 그시대가 낳은 비극적인 황제의 모습을 잘 보여줍니다. 역사상 그토록 위대했던 중국, 그리고 청나라였음에도 마지막 황제의 안타까운 유년기는 굉장히 초라합니다. 성장 후에도 일본의 꼭두각시가 되어 전범이 된 모습 역시 과거에 비해 너무나 초라한 중국의 황제의 면면을 부각합니다.
이러한 푸이에 대한 시각은 후반부에서 약간 틀어지는데, 깜방 안에서도 시종이었던 자에게 구두끈을 매게하거나 치약을 바르라는 모습 등등은 아직도 시대를 따라가지 못한(정작 청년기의 본인은 근대를 향한 열망이 강했음에도) 비판적인 모습 역시 나타납니다. 일본의 꼭두각시로서 자식을 지키지 못하고 황후도 떠나보내면서 오픈 도 도어!를 외치며 유년기의 같은 장면과 겹쳐지는 장면 역시 불쌍한 그의 인생과 무력한 그의 인생을 함께 생각해주게 한다는 점에서 정말 좋은 컷이었습니다.
이렇게 중국의 마지막 황제와 함께 그 시대의 중국의 허탈한 모습을 잘 부각하면서 역사영화로서의 가치는 제법 훌륭하다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브금의 퀄리티가 상당한데, 특히 rain이란 곡은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한 브금이 됐죠. 제 브금 취향이 동양풍의 브금이다보니 그 외의 곡들도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결국 막 재밌게 보기엔 심심한 영화였지만 역사영화로서는 높은 수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 재밌는 점은 아마카스 마사히코가 꽤나 잘생긴 비주얼과 함께 그럭저럭 높은 비중으로 등판한다는 사실. 상주전신관학원 팔명진(혹은 만선진)이 떠올라서 묘하게 웃기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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