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절망으로부터 구해야 한다』라고? 네, 네, 끈질겨.
애초에 말야, 그 세계라는 거 자신의 존재를 걸어서까지 지키지 않으면 안되는거야?
그럼 세계의 희망과 자신의 희망이 다르다면 어떡하라는 건데?
아무리 세계가 행복해졌다 하더라도 자신이 행복하지 않으면 의미없잖아」
단간론파는 1 시절부터 얘기가 많아서 알고는 있었지만 별로 할 생각은 안들었습니다. 뭣보다 vita가 없다는 이유가 컸죠. 뭐 있었어도 그땐 안했겠지만. 그러다가 3 애니가 재밌어보이길래 1 애니를 처리하고 3 보다가 삘 받아서 2를 해봤습니다. 3을 본 덕분에 대부분의 스포는 다 알고 있는 상태였으므로 반전에 의한 강렬한 통수감은 겪지 못했지만 그래도 적당히 재밌었습니다. 추리놀음이 대부분인 5장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모든 진실이 밝혀지는 6장이 재밌었기 때문.
그래도 일단 추리어드벤처라는 장르니까 그쪽 먼저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이겜은 열꼬마 인디언형 미스테리(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같은)에 가까운 구조를 취하고 있지만 등장인물들이 전멸하지는 않으니 그쪽은 아니고 오히려 법정추리에 가까운 형태로 봐야겠죠. 일단 추리의 난이도는 매우 쉬운 편. 추리만화나 소설을 제법 건드려본 사람이라면 딱히 어려운 부분은 거의 없습니다. 본격적인 조사와 재판에 들어가기 전이라도 정황 상 얘가 범인일 것이다라고 생각한 추측이 거의 들어맞기도 하구요. 그래도 사건 자체는 몇번 꼬아놔서 조사파트만으로 모든 상황을 추리해내긴 어렵습니다. 즉 쉽다는 의미는 학급재판에서 다들 머리 싸매가며 논의를 하는 부분부분이 쉽다는 의미가 됩니다.
그리고 일단 게임이랍시고 여러가지 시스템을 준비해놨습니다. 그중에서 제일 재밌었던 건 의외로 로지컬다이브... 거 옛날에 하던 스카이로드 게임이 생각나서 즐겁더라구요. 그 다음으로 논의 중에 헛점이나 모순을 발견하고 준비한 증거로 실시간 논파를 하는 논의시스템도 재밌었습니다. 클라이맥스추리나 애너그램은 뭐 있으나마나 할 정도로 쉬운 시스템이고 패틱토크액션은 리듬겜 시스템이라 좀 귀찮고. 진짜 문제는 반론쇼다운. 아 진짜 대사 베는 것도 힘들어 죽겠고 헛점을 증거로 베는것도 어느 타이밍에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완전 빡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게다가 머리 텅 빈(오와리 같은 애)가 반론이랍시고 짹짹거리고 있으면 개열받음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놈의 인공지능ㅋㅋㅋ
챕터마다 재미는 6장>>>>>>5장>>>3장>>>4장>>>1장>2장.
1장과 2장은 그냥 평범한 추리소설 보는 느낌. 굳이 재미포인트를 찾아보면 1장은 코마에다의 똘끼, 2장은 트와일라잇 사건이 애니의 그 에피소드를 떠오르게 해준다는 정도? 4장은 건물구조를 이용한 본격추리장르를 내세워서 트릭 자체는 제일 재밌었습니다. 아야츠지유키토의 '관 시리즈' 느낌이 나기도 합니다. 3장은 무엇보다 범인인 츠미키의 발악이 제일 재밌었던 챕터. 여튼 츠미키의 돌변하는 표정과 억양이 좋았고 평소의 캐릭터를 생각하면 재판에서 궁지로 몰아넣으려니 안타까웠던 캐릭터. 5장은 코마에다의 큰그림이 돋보였던 챕터. 시체 발견 후에 돌변하는 브금과 악의가 느껴지는 큰그림 덕분에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그리고 처형씬에서 사망 직전의 나나미의 무표정은 그 장면은 1에서 에노시마가 처형될 때의 이제 질렸다는 듯한 무표정과 약간 오버랩 되기도 했습니다. 서로 전혀 다른 의미겠지만.
단간론파2의 진국은 역시 6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진실이 드러날 때의 충격과 1에서 더 발전된 재밌는 세계관이 돋보였고, 그리고 역시나 이번에도 흑막 역할을 맡은 에노시마(인공지능 버전이지만)의 쇼타임이 있습니다. 전작 주인공들까지 나와서 3파전으로 논의하는 중 에노시마의 대사 하나하나가 매우 공감갈만한 팩트폭력이라서 그에 흔들리는 2탄 주인공들이 모습이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절망도, 희망도 아닌 미래라는 개념으로 논파를 시작할 때 지금까지 귀찮게 여겼던 반론쇼다운 뿐만 아니라 모든 시스템을 다 활용해가며 극복하는 연출이 좋았습니다.
그 외 보너스 게임인 단간아일랜드는 만약 모노쿠마 바이러스가 침투하지 못하고 모노미가 퇴치했었다면 정상적으로 갱생 프로그램이 발동하게 되는 만약의 이야기라고 보면 될겁니다. 여기서 본편에서 다 채우지 못한 희망의조각을 컴플리트 할 수 있고 개별엔딩을 보는 것도 가능합니다. 근데 2회차는 가야 개별엔딩을 볼 여유가 생기는데다가 의외로 1회차(50일)가 길어서 귀찮다는 문제가 있죠. 어떻게든 참고 해내면 볼 수 있는 개별엔딩도 너무 짧고.
겜에 수록되어있는 1의 if 이야기도 의외로 재밌었습니다. 무쿠로 이야기라서 별로 재미없을 줄 알았는데 쥰코가 에노시마를 갈궈대는 장면들이 전신관 시리즈의 신노를 연상케 할 정도로 신납니다.
이야기 외적으로 단점을 지적해보면 풀보이스가 아닌 점이 아쉬웠습니다. 캐릭터들이 첫마디만 살짝 떠들고 나머지는 보이스 없이 대사창으로 처리되니 좀 웃기기도 합니다. 그리고 텍스트속도 조절이 안된다니 맙소사.
개별엔딩 개귀찮음
캐릭터 평가에 대해서는 먼저 2탄 주인공 히나타가 1탄의 나에기보다 더 좋았습니다. 밑도 끝도 없는 긍정충 희망보이보다는 살짝 네거티브한 맛도 있고 예비학과와 카무쿠라라는 불행한 인생을 겪은 히나타가 더 정감 가죠. 카무쿠라 상태는 흑화맛도 있고. 그리고 일단 키가 커..
코마에다 캐릭터가 제법 재밌습니다. 쥰코와 반대로 희망빠돌이라는 설정이나 행운력도 좋고, 절망화 상태에서는 쥰코에 대한 애증으로 팔을 이식하는 또라이력이 돋보이기도 합니다. 다만 좀 아쉬운게 1장에서 너무 빨리커밍아웃 해버린 탓에 중반쯤 넘어가면 그 캐릭성이 좀 질리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뭐 그래도 불행과 행운(시한부라는 불행마저 키보가미네 학원 입학이라는 행운으로 이어지는 등) 설정, 1의 라스트보스와 정반대 성향과 애증, 5장에서 보여주는 큰그림 등등 제법 잘만든 캐릭터인 건 분명합니다.
그 외 꼬츄 캐릭터 중에서는 쿠즈류가 좋았습니다. 본편 내에서 성장형 캐릭터의 모습이 잘 드러난 캐릭터.희망조각을 컴플리트 하면 히나타와 의형제를 하고 싶어하는 등 호모호모하기도 하고.
히로인 중에서는 역시 츠미키, 나나미, 히요코가 쓰리톱. 츠미키는 왕따 과거력이나 히요코가 갈구면 흐에에엑~ 하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뭣보다 3장에서 보여준 절망화 모습이 임팩트 있었죠. 개별엔딩의 얀데레 모습도 재밌고. 나나미는 결국 메인히로인이 되면서 막판에 높은 비중빨로 주인공력이 돋보이긴 했습니다. 혼자 수영복 스탠딩cg도 있고. 그리고 의외로 코마에다와 함께 머가리 제일 잘 굴리는 캐릭터. 히요코는 애니에서 보여준 절망화 상태가 제일 마음에 드는데 얼라버전도 뭐... 귀엽긴 하더라구요. 소니아는 애니 비주얼이 훨씬 마음에 들고 사실상 다나카측 히로인으로 보이기 때문에 주인공의 히로인이라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동의해줄 때 도야가오는 꽤 귀여움.
그 외에 사기꾼형아는 워낙 빨리 죽어서 활약이 없었네요. 애니에서는 제법 활약했지만. 소우다는 묘하게 정이 가는 캐릭터, 다나카는 4장에서 삶에 대한 열변이 좋았고 하나무라, 니다이, 오와리는 별로 인상이 없었습니다. 모노미는 모노쿠마한테 맨날 쳐맞고 사는게 재밌었습니다. 그런 주제에 5장에서 사춘기마냥 반항하는 모습이 웃김.
뭐 여튼 추리겜으로서의 단간론파보다 희망과 절망의 대결이라는 이능력 장르스러운 단간론파의 세계가 훨씬 재밌습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