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겨워. 역겹다니까.니들 표정도, 니들 말도, 니들 대화도, 좆같아! 좆같아! 그딴 거 유행 지났잖아!!!」
「뭐래뭐래뭐래뭐라는거야! 아까부터 말했잖아, 난 삶에 희망따위 갖지 않아!
오히려 인생에서 한번밖에 맛 볼 수 없는 죽음의 절망을 지금부터 즐기려하는데…… 방해하지 말라고!!!」
「그럼, 신나게 가볼까요!!! 벌칙 타――――――임!!!!!!!」
단간론파 미래/절망편 이야기가 많길래 1부에 해당하는 요걸 몰아봤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추리파트는 그다지 재미가 없었습니다. 애당초 추리 장르 자체가 영상 매체로 보기엔 재미가 덜한 면이 있거든요. 그래도 혹시나 초고교급이라는 캐릭터 설정을 통해 좀 신박한 전개나 배틀로얄을 기대해 봤습니다. 근데 정작 초고교급이란 애들도 살인이나 추리는 아주 평범하게... 사람답게 하더랍니다. 게임 내용을 13화에 압축시키려니 이런저런 이야기도 짤려나가고 추리도 엉성해졌다는 말이 있는데 그건 게임을 안해서 잘 모르겠고.
그리고 게임연출로 추정되는 재판에서의 탄환연출 등등을 애니에서 그대로 써먹을 필요가 있나 싶었습니다. 게임을 했던 유저라면 그래도 즐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애니만 보는 입장에서는 좀 그렇더라구요. 피를 분홍색으로 표현하거나 그 장난같은 벌칙타임 등은 그래도 보다보니 익숙해졌지만.
그래도 초고교급이란 설정으로 캐릭터들의 개성이 살아나는 점은 칭찬하고 싶습니다. 다만 여기서도 좀 아쉬운 점을 들어보자면, 그 개성을 써먹지 못한 캐릭터가 훨씬 많았습니다. 이거도 뭐 원작 게임을 안하고 애니만 본 감상이지만 여튼 초고교급 점술이나 갬블러, 수영 등등의 설정을 당최 어따 써먹을 수 있냐는거죠. 그나마 뒤에 얘기할 절망쨩을 제외하고 설정을 잘 써먹었다고 생각한 캐릭터는 초고교급 프로그래머 정도? 정작 얘도 인공지능이 다 해먹지만. 초고교급 살인마 제노사이더 쇼도 캐릭터는 제법 재밌었지만 '살인마'라는 개성은 여기서 써먹을 곳이 없고 개그캐릭터로 전락한 점도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또 초고교급 행운이라는 주인공이 음... 행운을 써먹은 파트가 있었나요? 오히려 초고교급 탐정이라는 키리기리 대신에 주인공이 혼자 탐정질 다한 거 같은데. 뭐 결국은 초고교급 희망이 진짜 능력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니 태클 걸 여지가 적어졌지만.
뭐 이런 이유들로 그냥저냥 평범하게 감상하다가 마지막화의 절망쨩은 확실히 재밌었습니다. 초고교급 분석능력 덕분에 항상 지루함을 느끼다가 절망페티쉬를 갖게 됐다는 설정 덕분에 자신의 캐릭터와 말투 등등에도 지루함을 느끼고 마치 다중인격자마냥 다양한 캐릭터로 전환하는(그것도 질리는지 갈수록 텀도 짧아짐) 쇼타임, 그리고 자신의 계획이 희망이라는 대척점에 있는 주인공에 의하여 박살나자(이점에선 주인공의 설정도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최고의 절망을 느끼며 오르가즘...을 느끼는 또라이력이 재밌었습니다. 그리고 특히나 최후의 순간에 이 절망마저도 지루해졌다는 듯이 표정이 변하는 연출을 정말 잘만들었습니다. 마지막까지 이렇게 캐릭터가 잘 잡혀있을 줄은 생각 못했습니다.
뭐 여튼 미묘한 구석이 있는 1부였는데 막판에 절망쨩 하나 덕분에 즐길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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