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파동구는 108식까지 있다」
코노미 타케시의 테니스의왕자. 테니프리. 얘들이 하는 게 테니스가 아니기 때문에 테니누라고도 불립니다.
이 만화를 참 오래 봤지만 뜬금없이 글을 쓴 이유는 그냥 요즘 하는 신테니프리의 폼이 워낙 좋기 때문입니다. 연재되고 있는 신테니프리의 독일전은 테니프리 역대최고의 폼을 자랑합니다. 특히 키리하야+슈지 vs 지크프리트+미하일이 굉장해서 1부였던 구테니프리까지 재탕 달린 김에 구테니프리에 대한 이야기나 써보고 싶었습니다.
스포츠만화 중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판타지스러운 기술들을 구사하는 만화들이 다수 있습니다. 흔히 그런 만화들에 대한 비판이나 조롱이 행해집니다. 하지만 만화는 만화로 봐야할 것입니다. 요즘 가장 잘나가는 스포츠만화인 블루록도 가끔가다 현실 축구에 대입하면서 진지 빨며 분석하는 놈들이 있던데 뭔 개짓인지 모르겠습니다.
필요없는 이야기는 이쯤 하고, 구테니프리는 무아의경지 등판 전과 후로 나뉘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릿카이 사나다전 이전까지 좋은 폼을 유지하던 테니프리가 갑자기 주인공이 무아의경지를 남발하기 시작하면서 폼이 끝없이 추락해버립니다. 그래도 본인의 기술을 잘 구사하던 주인공이 무아경지로 남의 기술을 복사하는 짓을 남발해버리니까 보는 재미가 확 떨어지게 될 수 밖에 없게 되는 겁니다. 사나나다 유키무라도 무아경지를 쓸 수 있다고 언급한 주제에 이 둘은 무아경지를 제대로 쓴적도 없는 걸 보면 작가도 실패한 설정이다 느낀 거겠죠. 그럼 애당초 언급을 하지 말든가. 그후에 데즈카도 무아경지(정확히는 백련자득)에 이미 도달해 있었다든가, 무아경지도 3종류의 문이 있다든가 하는 설정을 막 추가함으로써 이 만화는 겉잡을 수 없이 폼이 사망해버립니다.
폼의 사망은 무아경지부터 시작됐습니다만 그래도 그 뒤로 이야기를 잘 만들었다면 문제 없었을 겁니다. 지역대회를 마치고 전국대회로 나가면 더 굉장한 놈들이 등판하면서 막 두근두근와꾸와꾸 한 재미가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테니프리는 전국대회부터 새로운 팀의 활약은 거의 없다시피 진행되고 새로운 기술들도 그놈의 무아경지가 다 카피 가능한 것들이니 이렇다 할만한 재미가 느껴질 수가 없습니다. 지역대회까지 등판했던 팀들이 워낙 인기가 좋아서 그 팀들에게 비중을 압도적으로 할애한 것도 문제였다고 봅니다. 릿카이2차전은 당연한 수순이었지만 효테이2차전은 대체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미 탈락한 팀을 어거지로 다시 참가시키는 꼴은 진짜ㅋㅋㅋㅋㅋ
그나마 전국대회에서 가장 활약했던 시텐호우지도 어정쩡한 느낌이었죠. 주인공의 최강 라이벌로 등판한 킨타로는 별 묘사도 없이 1구 승부로 끝내버리고, 스피드스타(켄야)나 천재(자이젠)는 아예 활약이 없고. 이럴거면 중간에 와일드 3화는 왜 꾸겨넣은건지 모르겠습니다.
결승전도 개판이었습니다. 사나다vs데즈카는 괜찮았지만 나머지가 너무 날림 전개였습니다. 원래 주인공의 라이벌이 될 예정이었던 키리하라는 기껏 악마화까지 배워오더니 고작 카이도+이누이 상대로 활약하다가 그대로 병원 보내버리고ㅋㅋㅋ 니오전은 그냥 아예 데즈카전이 되어버리고ㅋㅋㅋ 전국 최강 복식이라는 마루이+쟈칼은 적당히 스킵해버리고ㅋㅋㅋ 라스트보스 유키무라는 주인공을 탈탈 털다가 주인공이 천의무봉 각성하더니 그대로 개쳐발려서 긴장감 좆도 없고ㅋㅋㅋㅋㅋ 하여간 구테니프리는 전국대회를 좆박아서 평가를 좋게 해주기가 힘듭니다.
그 외에도 문제를 좀 지적해보면 주인공과 데즈카가 매우 거슬렸습니다. 먼저 주인공의 경우 대체 어디서 매력을 느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흔히 스포츠만화의 주인공은 두종류가 있습니다. 아예 초짜부터 시작하는 놈과 처음부터 개쩌는 놈인 두종류요. 테니프리 주인공은 후자인 개쩌는 놈입니다. 그래서 어느정도 시련은 있지만 기본적으로 적을 다 이기고 다닙니다. 완결까지 단 한번의 패배도 없이(비공식이었던 데즈카 제외) 전승을 해버리니 진짜 스토리전개의 굴곡이 없어도 너무 없습니다. 적어도 사나다전만큼은 패배하고, 동시에 세이슌도 패배하면서 큰 시련을 한번쯤은 줬어야 했습니다. 쿠로바스의 다이키전처럼요. 그리고 꼭 이런 전개뿐만이 아니고 주인공의 성격이 너무 재미없습니다. 그냥 묘사 자체를 포기한 것처럼 보이는 쿨하고 건방진 캐릭터입니다. 제대로 심리묘사가 나온 적이 거의 없는데, 이런 놈을 주인공으로 하면 보는 입장에서도 아무런 감정선을 느끼기 힘들어집니다.
데즈카도 문제입니다. 일단 캐릭터가 너무너무 재미없습니다. 이런 놈을 최강급으로 설정해서 주인공팀에 넣어버리면 진짜 노잼이에요. 스포츠만화든 배틀만화든 보스급 캐릭터는 주인공측으에 있으면 안됩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전국급 수준으로 묘사했으면서 갈수록 최강으로 띄워주는 것도 황당했습니다. 신테니프리 가면 아예 공식 중딩최강으로 만들어버리고.
하여간 무아경지와 전국대회부터 개판이 된 만화지만 그래도 그전까지는 정통 스포츠만화로서 꽤 뛰어난 레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만화의 묘한 매력 중 하나가 승부의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는 점입니다. 격전이 될 줄 알았던 승부가 3-0 완승으로 끝난다거나 장외승부 등등 하여간 의외성 있는 전개가 제법 많이 나옵니다. 이게 왕도에서 많이 벗어나게 되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애당초 테니프리는 상식으로 보면 안되는 만화라서...
구테니프리가 미쳐가면서부터 이 만화에 대한 평가는 나락으로 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오히려 작가가 한꺼풀 벗어버렸는지 아예 적극적으로 황당한 만화로 만들면서 신테니프리는 정말 재밌는 만화가 됩니다. 게다가 요즘 하는 신테니프리는 황당한 재미 뿐만이 아니라 뜨거운 재미까지 더해져서 현역 만화 중 최고의 폼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테니프리 감상은 완결난 후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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