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한번 더 빅뱅이 일어나면 이 우주는 사라져 버린다는 설도 있어.
그러니까 사랑을 하는 거야. 분명 자신이 죽을지도 모르는, 죽어도 좋다고 생각할 만큼 결사적이라고 생각해.
그래서, 사람이 바뀐 것처럼 필사적이 되고, 부끄러운 짓도 해버려.
그 한번 밖에 없으니까. 그 한번이 소중하니까.
한번 멈추면 움직이지 못하게 되니까. 한번 울리면 계속 울리지 않으면 안되니까.
죽어도 괜찮다며, 그것은 전부, 필사적, 결사적으로」
「그런가. 생명은 죽을 각오로 사랑을 하고 있구나」
「응. 분명 그래. 그래서 난 죽을 각오로, 살아났어」
「노라는 어떻게 했어? 노라는 노라의 어머니를 태웠어?」
「태웠어. 병 때문에 뼈는 별로 안남았어. 거의 재였어. 재는 바다에 뿌렸지」
「바다에?」
「그래. 바다에 뿌렸어.
그날 장례식에서 밥이 나왔는데,
스시라든가 평소엔 먹을 수 없는 호화로운 음식에 넋이 가고, 도리카라아케도 나왔어.
그 카라아케에 뼈가 붙어있어서, 다 먹고 나서, 쓰레기통에 버렸어.
새의 뼈는 쓰레기통에 버린다. 하지만 사람의 뼈는 버리지 않는다.
소중히. 무덤 속에 넣는 거야」
하토의 (단독으로는) 두번재 상업게. 거의 다 클리어 해놓고 컴 옮기느랴 세이브가 안먹히랴 등등등 핑계로 미뤄오다가 애니도 했겠다 2도 나왔겠다 후딱 마무리 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하토 겜치고는 모에게에 가까워서 빠돌이 입장으로서는 약간 불만이 있지만 역으로 하토 겜치고는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한 겜이었다는 사실도 인정합니다.
하토 하면 떠오르는 특징은 하이스피드 하이텐션 대화, 패러디 따위는 일체 없이 순수하게 텍스트만으로 웃겨버리는 개그력, 시리어스마저도 개그로 귀결시키는 전개, 시인, 빡대가리 히로인들, 또라이 조연들, 제일 웃긴 주인공 등등이 있습니다. 노라토토 역시 이런 하토의 특징이 묻어나지만 평소에 비해선 그 색이 약간 옅어졌다고 느낍니다. 요즘 스토리작가를 맡고있는 만화 [플로어에 마왕을 맡고 있습니다]도 그렇고.
노라토토를 되도록 '모에게'다운 게임을 만들려고 했던 의도적 결과로 보입니다. 히로인들이 매력적이지, 웃기지, 시리어스도 적당하지, 섹스도 좋지, 나름의 주제 의식도 있지 현대 에로게에서 꽤나 이상적인 모양새를 하고 있음은 분명합니다.
다만 하토빠돌이인 저로서는 원래 하토겜의 좀 더 또라이같은 텐션과 전개가 그리운 것도 사실입니다. 하토의 첫 단독 상업게인 라부오부같은 경우를 생각하면 너무 비호감인 메인히로인 때문인지 루트 간 편차가 컸던 탓인지 세간의 평은 그렇게 좋지 않습니다만 저로서는 그쪽이 더 재밌었거든요. 물론 동인 시절까지 치면 더욱 재밌는 겜들이 많았습니다. 사실 하토는 풀프라이스 상업게보다는 짧고 굵게 치고 빠져나가는 짧은 동인게가 딱 어울리거든요.
「좋아 이건, A구만, 절대로 A가 정답. 먹어보면 알아. A쪽이 애정 가득이고, 행복 느껴지고.
반대로 B는 어떤 애정도 느껴지지 않는군. 오호라 이자식 공장 태생이라는 느낌.
게다가 B는 말이지, 전혀 노고가 느껴지지 않아. 뭣하면 시구할 때 던져버려도 돼. 빠따로 쳐날려도 돼」
「제가 만든 거 B인데요」
「헤어지자 쿠로키」
「시, 싫어요! 그건 싫어요! 어째서 틀린 한다군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지 모르겠는데요!」
「난 너가 만든 코로케도 맞출 수 없는 최저 쓰레기새끼다」
뭐 여튼 하토에 대한 추억은 이쯤 해두고 노라토토 자체에 대한 감상을 좀 써보자면, 재밌습니다. 루트 별로 평가를 해보면 솔직히 말해서 다른 3개의 루트는 한지 꽤 시간이 흘러서 정교한 감상은 잘 못쓰겠지만 한가지 확실한 점은 노랭이(파트리시아) 루트가 제일 재밌고 뛰어나다는 사실입니다. 라부오부처럼 굳이 다른 루트를 클리어하고 해야 하는 부담도 없으면서 사생론에 대한 주제 역시 잘 담고 있으며 모에게로서 이차력도 즐거움도 빠지지 않는 루트였습니다. 개그도 특히 성인노라가 존나 웃겼고. 또 다른 관점으로 보면 파트리시아의 성장 역시 잘 녹여내고 있는 루트입니다. 딱 한가지 개인적인 불만이 있다면 전 자매덮밥이라든가 주인공 하나+히로인 다수 섹스씬을 안좋아하기 때문에 자매덮밥은 굳이 넣을 필요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비주얼적으로도 파트리시아가 묶은 트윈테일 보다는 푼 머리나 베레모 버전이 더 이뻤기 때문에 계속 그 비주얼로 나왔으면 좋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다른 루트는 음... 깜댕이(미치)가 캐릭터는 뛰어나지만 개별루트는 꽤 정신사납고 애미 캐릭터가 불쾌하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다만 결말을 그렇게 희극적으로 써낸 걸 보면(파트리시아 투르의 결말도 그랬죠) 그점에서는 가장 하토다운 루트였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양이(샤치)는 비주얼이 제일 뛰어나고 목소리가 이쁩니다. 루트는 음... 가장 별 거 없는 루트이기도 하지만 가장 모에게다운 루트. 뭐 그냥 쉽게 말하면 가장 가벼운 감각의 루트. 샤치의 정체 따위는 결국 뭐든 상관없다는 하토다운 루트이기도 하죠.
주황이(유우키)는 좆냥이 생활이 제법 재밌긴 했는데 유우키는 히로인보다 조연이 더 어울리는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처음엔 조연을 시키려다가 디자인이 좋아서 히로인으로 승격시켰다고 하니 이것 참...
나무막대기로 해변에 선을 긋는다. 쓰으으윽윽── 일직선으로.
쭉 그어서──
어릴 적 초크놀이처럼──
아무 것도 없어도──
샤치까지 잇는다.
해변에 그은, 한개의 선.
「가계도 있잖아. 전에 썼던 거. 싸운 원인이었던 놈.
엄마가 되고 싶다면, 내 위에 너가 있겠지. 하지만 그렇지 않아.
내게 어머니는 한명 뿐이고 그대신은 없어. 그러니까, 세로선으로 긋지 않을거야.
하지만 혼자는 외롭고, 괴롭고, 불안해. 그래서, 지금, 우리를, 이렇게
(선을 그으며)이렇게── 가로선으로 잇는 거다」
주인공은 당연히 웃깁니다. 조연들도 대화가 여전히 웃기고 또 어쩔 때는 뜨거웠습니다. 그러나 라부오부의 게이와 호모만큼의 위력은 아니었습니다. 그 두명은 진짜 야겜 전체를 들춰봐도 다시 보기 힘든 존나 쩌는 조연 캐릭터였다고 생각합니다. 노부치나(빨갱이)는 속편에서 히로인으로 승격될 예정인데 그러니까 이런 애는 그냥 조연이 어울린다니까...
이번 작품의 특징은 대놓고 나레이션의 비중이 매우매우 큽니다. 처음엔 너무 남발한다는 느낌도 있었으나 하다보면 그냥 너무 자연스러워짐. 그리고 이 나레이션의 정체가 결국 샤치 루트 끝에서 드러나는 연출도 좋았습니다. 이 작품의 또 하나의 주제인 가족과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는 파트리시아 루트에서도 잘 드러나죠.
그러나 하토의 고질적인 단점인 정신없는 전개는 여전합니다. 아니 정확히는 이번 노라토토에서 장면전환 연출에 좀만 더 신경을 썼다면 다른 이야기로 넘어갔다는 사실을 명확히 할 수 있었음에도, 그걸 안해서 가끔가다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건지 아닌지 헷갈릴 때가 매우 많았습니다. 이건 스피드한 텐션 때문에 더 두드러지게 되는 단점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브금도 괜찮은 편이긴 하지만 전작들에 비해선 확 결정적인 브금은 없었습니다. 삽입곡을 너무 남발한다는 느낌도 있었고.
「이름, 고마워.
당신이 죽었을 때, 난 이래저래 주위에 화풀이하고.
울보 꼬맹이에, 전혀 말할 수 없었지만.
노라라는 이름, 지어줘서 고마워.
이 이름은 사람들은 이상해, 라든가, 더러워, 라든가. 애한테 지어줄 이름이 아냐, 라든가.
난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그렇지도 않았나봐.
괴롭힘 당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그 덕분에 괴롭힘 당하는 사람의 마음도 알고.
학교 가고싶지 않은 녀석의 마음도 알고.
알았더니, 친구가 늘었습니다. 지금도 있어요.
전 전혀 힘들지 않았어요.
그렇잖아. 노라는 자유야. 어디든 갈 수 있어.
어머니는 내게 자유를 준거야. 모두 불러줬어.
기뻐. 보물입니다」
그림은 오오조라 단독. A급이라고 하긴 힘든 그림이지만 라부오부에 비해선 확실히 나아졌습니다. 그 시절엔 진짜 웬 돼지새끼들을 그려놓나 했는데 이번엔 돼지같은 느낌은 많이 사라짐. 대신 몸이 길쭉길쭉... 해졌습니다. 교복 디자인 탓도 있는지 교복 상태에서 허리라인이 부자연스럽다는 인상이 굉장히 강합니다.
개인적으로 하토와 가장 상성이 맞는 그림쟁이는 히즈미라고
생각합니다만 이번엔 엑스트라들만(그러니까 스탠딩도 없이 대화창에서만 얼굴 내미는 엑스트라 중 엑스트라) 맡았습니다. 여전히 띨빵한
얼굴이 참 하토랑 어울리는데... 히즈미 그림이면 안팔리겠죠. 아니면 무챠라도 그대로 써먹었으면 어땠나 싶기도합니다.
「그 때는 너가 마중나와 줘. 벚꽃 길 아래에서.
생명에 뺨을 물들인 너가 차가운 날 일으켜 줘. 약속이다.
그리고 어린애같은 내게 이 별에 대해 가르쳐 주는 거야.
한음 한음, 예쁜 소리로.
들은 적 없는 소리를 만드는 거야. 잔뜩 듣고 싶어.
그런 세계가 있다면,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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