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머리가 뚝 떨어졌어요. 당신은 죽었죠. 그리고 당신 머리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렸습니다. 유족은 당신의 머리를 찾아내지 못한 채로 장례식을 마쳤어요.
사망신고가 되어 호적도 없어지고 남은 몸도 화장되었고 뼈는 납골당에 모셔졌죠. 이렇게 해서 당신이라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답니다」
여자는 어린아이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어머니처럼 말했다.
「그런데 누군가가 당신의 머리를 얻어 소생을 시도했어요. 그리고 당신은 머리만 남은 상태로 되살아났죠. 자, 이제 퀴즈예요. 머리만 남아 되살아난 당신은 누구 것이죠?
아니, 당신은 대체 누구일까요?」
좀 잘 나간다는 가와이 간지의 데뷔작. 점성술 살인사건을 오마쥬했다느니 어쩌구 하길래 꽤 기대하고 봤지만 실망입니다.
일단 전개라든가 캐릭터들의 행동이 유치합니다. 만화나 에로게 등에서 폼 잡고 있는 캐릭터들을 보면 그냥 굳어진 클리셰 중의 하나라서 그러려니 하지만 미스터리소설에서 비슷한 걸 보고 있자니 유치하다는 생각밖에 안들어요. 마지막엔 또 아무리 봐도 사건이 엉망진창으로 끝맺음이 났는데도 그걸 또 경찰들끼리 일건낙착한 분위기를 내고 있으니 이게 또 웃기고. 그리고 초중반까지 본격미스터리 냄새를 풀풀 풍기다가 후반부 들어면서 진짜 악인은 권력형 악당정치가였다는 전개도 구렸습니다. 정치가를 악인으로 설정하고 복수 혹은 천벌을 내리겠다는 이야기가 뭐가 재밌죠.
그리고 범인이 데드맨에게 살인청탁을 시도한 것과 그에게 은혜를 느끼고 있는 감정이 모순됩니다. 그에게 복수의 기회를 주고싶었다고 하면 충분히 납득하겠지만 그런 묘사도 전혀 없이 그냥 데드맨에게 모든걸 뒤집어씌우고 좆되니까 직접 해결하려는 모습으로밖에 안보였습니다.
그래도
딱 하나 칭찬해주고 싶은 부분은 시체들을 토막낸 진짜 이유가 토막내서 사라진 부위가 필요해서가 아닌, 사라진 부위를 빼고 남은
부분을 보여주기 위했다는 트릭입니다. 보통 머리통이 사라졌다, 팔 한쪽이 사라졌다 등등 이런 토막살인사건이 발생하면 그 사라진
부위에 집착해서 추리를 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걸 역이용한 이 작품의 트릭만큼은 평가를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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