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공포를 느끼는 것은…… 공포를 느끼는 것은…… 느끼는 것은…… 나는 도대체 뭘 무서워하는 걸까?
그렇다. 나는 내가 뭘 무서워하는지 모른다. 그래서 무섭다.
이 무섭다는 감정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마음속에 축적되었는지 전혀 모르기 때문에 무서운 것이다.
하지만 쓰고 싶다. 『모두 꺼리는 집』의 다음 이야기를 쓰고 싶다.
이렇게 무서워하면서도 이야기를 자아내고 싶다는 욕구와 함께 이다음 이야기를 알고 싶다는 바람과도 같은 감정이 들끓었다.
지금 내 몸속에는 작가로서의 나, 독자로서의 나, 그리고 뭔가를 두려워하는 나, 이렇게 세 사람의 내가 있다.
미쓰다 신조의 작가 시리즈 1탄이자 데뷔작. 어쩌다보니 작가시리즈를 3탄(사관장+백사당)->2탄(작자미상)->1탄(기관) 순으로 거꾸로 읽어버렸습니다. 큰 상관은 없지만 순서대로 보는 편이 더 나을 듯합니다.
미쓰다신조의 초기 작풍을 그대로 담고 있는 작가시리즈는 호러+미스터리+메타 3가지 장르를 융합하고 있습니다. 도조겐야 시리즈가 호러+미스터리에 특화된 반면에 작가 시리즈는 그중에서도 메타 구조에 강점을 보이는 시리즈입니다. 그 시리즈 내에서도 미쓰다신조의 최고 걸작이라고 생각하는 <작자미상>이 미스터리, 그리고 <사관장>+<백사당>이 호러에 강점을 보였다면 기관은 메타구조에 강점을 보여준 책입니다. 이 사실은 데뷔시절의 미쓰다가 미스터리에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있었는지 능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기관을 읽다보면 초반까지는 책과 책 속의 책을 쉽게 구분할 수 있지만 중반쯤부터 다양한 장치를 통해 내가 읽고 있는 게 무엇인지 혼란이 옵니다. 특히 막판에 나오는 발문과 석양을 읽으면서 지금 읽는 발문이 어느 책의(그러니까 기관인지 기관 속의 모두 꺼리는 집인지) 발문이고 마무리인지 끝까지 의심하게 되죠. 해설 파트도 의심하며 읽음ㅋㅋ 뭐 여튼 작가 자신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기초적인 장치부터 시작해서 메타구조로 혼란을 가져오는 능력이 매우 뛰어난 작품입니다.
그리고 중간중간 미스터리와 호러작품에 대한 썰들이 꽤나 흥미깊으며, 그 이야기 속에서도 이 작품의 지향점이자 미쓰다 본인의 작풍에 대한 방향점이 은근히 녹아있습니다. 작자미상에서도 호러영화에 대한 썰들이 꽤 재밌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호러 성분이 강했냐 하면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백사당의 3할도 못미치는 수준. 그렇다고 미스터리가 강하냐 하면 그것도 아니죠. 애당초 호러 책이기도 하니 풀리지 않는 의문점은 끝까지 의문으로 남습니다. 작가 시리즈에서 탐정 역할을 맡는 신이치로가 얼굴은 한번도 안내밀고 그 나름대로의 합리적 해석과 비합리적 해석을 함께 편지로 제시하는 부분은 미쓰다 신조다웠습니다.
호러나 미스터리로서 뛰어난 작품이 아님은 분명하지만 미쓰다 신조의 풋풋한 초기 작풍을 즐기는 맛이 있었습니다. 여태 읽은 그의 작품 랭킹은 작자미상>백사당(+사관장)>>잘린머리>>괴담의집>>미즈치>산마>>>기관>>>염매>술래잡기>>>>>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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