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만이 영원하고 불멸이다
확실히 맞는 말이다
죽인 인간 따위 한 명도 기억하지 않는다
육체는 죽으면 끝이다
하지만 어떠냐
마음은 이어져 결코 멸하지 않는다
이 나조차도 이겨냈다
나는 그 사실을 직접 경험하고
감동에 겨워 떨었다
내 육체는 곧 사라질 것이다, 태양빛에 의해
하지만
내 마음은 불멸이자 영원하다
고토케 코요하루의 소년점프 배틀만화. 소년점프 배틀만화를 제대로 본 것도 참 오랜만입니다. 흔히 말하는 원나블 중 원피스는 하늘섬에서 포기, 나루토는 15권쯤?, 블리치 이 쓰레기는 어디부터 포기했는지 기억도 안납니다. 헌터헌터는 게임 속에 들어갈 때부터 포기했구요.
귀멸의 칼날은 작품의 퀄리티는 둘째치고 일단 제 취향이었습니다. 배틀활극 만화 중에서도 화(和)색이 짙은 만화입니다. 시대적 배경이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다이쇼 언젠가로 추측 중. 이세계나 판타지, 겜판타지, 중세유럽같은 분위기에 전혀 로망을 못 느끼는 저로서는 이런 동양풍의 정통배틀장르를 간만에 보니 꽤 반가웠습니다. 특히 아직도 질리지도 않고 쏟아져나오는 이세계물이나 레벨이니 몬스터니 뭐니 하는 겜판타지는 정말 혐오스럽죠.
그리고 적어도 주인공파티 한정으로는 이능력물이 아닙니다. 이세계뿐만 아니라 이젠 배틀장르의 정석마냥 튀어나오는 이능력 역시 썩 좋아하지 않습니다. 마사다 타카시의 게임들(신좌만상 시리즈와 전신관 시리즈)처럼 캐릭터들의 갈망이나 신념이 그대로 구현되는 이능력물이면 대환영이지만 제가 보건데 그런 작품이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이능력물들이 캐릭터와 능력 간에 대단한 상관관계를 가진 형태가 아닌 그야말로 그냥 캐릭터한태 능력이 하나씩 붙어있을 뿐이라는 느낌의 뜨겁지 못한 형태의 작품들이 대부분입니다. <만나서 5초 후 배틀>같은 똥이 예시입니다. 여튼 하고 싶은 말은 귀멸의 칼날은 주인공파티 한정으로 이능력을 쓰지 않고(물의 호흡이니 불의 호흡이니 해도 실제로 물이나 불이 튀어나오는 건 아닙니다) 검술로 전투를 하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귀신들은 이능력을 쓰지만 적들은 인간을 벗어난 힘을 보여줘야 재미가 있으니 인간vs귀신의 구도가 잘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또 마음에 들었던 점은 나레이션입니다. 요즘 이능력 만화들 보면 대체 왜 지들 능력을 쫑알쫑알 까발리고 다니는지 너무 이해가 안갔습니다. 특히 블리치같은 놈들 말입니다. 귀멸의 칼날은 능력이나 기술의 특징을 등장인물들의 입으로 전달하는 경우보다 나레이션으로 설명충 해주는 비중이 압도적입니다.
그리고 블리치 말 나온 김에 요즘 소년만화들의 문제점 하나를 더 지적해보자면 결정적 장면이나 분위기가 반전되는 장면 혹은 주요캐릭터가 등판하는 장면 등에서 큰 컷을 가져가며 캐릭터를 과도하게 강조합니다. 상황이나 연출적 의미보다는 그저 캐릭터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의도적 컷이라고 느껴집니다. 그런 컷들 중에서 특히 캐릭터가 똥폼을 잡고 있는 컷들이 많은데 그 예로 블리치는 물론이며 좀 시간이 지난 만화지만 사무라이 디퍼 쿄우가 특히 심했습니다(이 작가는 다른 만화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귀멸의 칼날은 그런 컷들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 좋았습니다.
이야기의 속도감도 적당합니다. 만화 초반 주인공의 수련 에피소드를 길게 가져가지 않고 귀살대 시험도 적당한 분량을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전술했던 이런 모든 장점들은 이 만화만의 강렬한 매력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초반엔 인기가 미묘했다는 말도 있으니. 저도 초반의 좋은 속도감과 모나지 않은 작품의 특징 덕분에 조금 루즈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결국 귀신의 12귀월과 귀살대의 지주라는 존재가 등판하면서 본격적인 대립구도가 완성되여 다시 전개가 좋아졌습니다. 결국 배틀장르의 왕도를 따라가겠다 이건데 왕도가 왕도인 이유는 있으니까요. 어차피 굉장한 스토리나 소재로 노는 만화가 아니라면 강한 적과 차례차례 싸워나가는 전개가 이상적입니다. 하현이 지주한테 워낙 쉽게 썰리길래 이거 파워밸런스가 이상하지 않나 싶었지만 상현이 본격 등장하면서부터 확실히 재밌어졌습니다. 상현>>>>>지주>>>하현>주인공파티 파워밸런스가 좋았습니다. 하현이 너무 좆밥인 느낌도 있지만 질질 끌기 싫었는지 한번에 죄다 도륙냈으니...
귀멸의 명확한 강점은 이같은 군더더기 없는 빠른 전개였습니다. 매주 연재되는 작품이 가져야 할 필수미덕 중 하나죠. 일상씬, 수행씬, 회상씬 등을 간소화 한 뒤 빠른 스토리(혹은 배틀) 전개를 무기로 호평을 받아온 작품입니다. 하지만 이 강점이 후반부에서 오히려 단점으로 변합니다.
상현6과 박터지게 싸운 다음 상현5와 4를 한꺼번에 상대하는 에피소드로 넘어갔습니다. 이 전투 역시 군데군데 괜찮은 연출과 전개가 있었습니다만 그래도 아쉬운 점은 그들이 너무 쉽게 목이 날아갔다는 사실입니다. 상현5는 귀살대의 파워 인플레에 그대로 희생됐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반점'이란 파워업 소재부터가 마음에 안듭니다. 주인공과 특정 인물 몇몇의 각성기로 계속 나왔다면 쓸만했겠지만 개나 소나 다 쓰는 버프기로 쓰이게 됐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그것도 조건이 그다지 까다롭지 않게 말이죠. 덕분에 너무 손쉽게 파워업을 할 수 있게 됐고 이것이 상현과 귀살대의 파워밸런스를 맞추다 못해 귀살대 측에게 꽤 유리하게 넘어가게 됐습니다. 물론 제가 볼 때 이 반점 인플레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보이기도 하는데, 적어도 상현5(교코)vs무주(무이치로)는 너무 가볍게 결말이 났습니다. 상현4는 최종형태가 제대로 활약을 하기도 전에 할배가 그대로 목이 따이면서 이 에피소드에서 귀살대는 대장장이들이 몇마리 죽은 것 외엔 거의 타격이 없는 상태로 끝났습니다. 뭐 여기까진 그래도 봐줄 만 했습니다. 상현4의 캐릭터나 혼잡한 태그매치 전개는 쓸만했거든요.
근데 그 다음에 빠른 전개로 최종장에 진입하면서 문제가 심각해졌습니다. 여태 100년간 지주들을 쳐발라오던 상현들이 너무 쉽게 목이 날라갑니다. 그것도 상위권인 2,3번이 말이죠. 빠른 전개는 이 만화의 미덕이긴 했으나 이렇게까지 급하게 완결로 몰아칠 필요가 있는지 정말로 모르겠습니다. 일단 그렇게 서로 웬수였던 상현3(아카자)과 주인공이 몇합 주고받더니 그대로 주인공 각성이벤트에 의해 상현3의 목이 날라갔습니다. 더 찐득찐득한 맞다이를 원했는데 말이죠. 이때 옆에 있던 수주(기유)를 안 죽인 것까진 이해가 갑니다. 이번에도 죽이면 염주(렌고쿠)의 재탕 꼴이기 때문에 죽이지 않는 선택은 옳았다 생각합니다. 반점이고 나발이고 상현3한테 줘팸 당하는 모습도 볼만했고. 하지만 제가 원했던 건 좀 더 끈적한 웬수지간의 싸움이었는데 그걸 구현 못했습니다. 상현3 회상씬의 감성팔이로 싱거웠던 전투를 세탁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뭐 진짜 여기까진 이해해 줄 수 있습니다. 어쨋거나 주인공 각성이벤트가 나오긴 했어야 하니까요. 그때까지의 전투과정이 좀 싱거웠다 이거지. 뉴 상현6(카이가쿠)은 시끄러운 노란 놈(젠이츠)과 더 찐뜩하게 마지막까지 결판을 끌고 가기 좋은 캐릭터였는데 누가 번개대결 아니랄까봐 2화 만에 순삭되는거도 뭐 대단한 문제는 아니었어요.
진짜 문제는 상현2(도우마)에서 확 터졌습니다. 급하게 최종장으로 들어간 작가의 실수가 여기서 확 티가 나기 시작합니다. 먼저 캐릭터 활용을 심각하게 못했습니다. 이건 아마 저 뿐만 아니라 다들 생각했을 법한 전개인데, 사이비교주 적이라면 당연히 그 종교 본거지에 잠입해서 레이드 뛰는 전개를 상상했을 겁니다. 거기서 떠올릴 수 있는 재밌는 전개가 얼마나 많습니까. 근데 그것도 없이 그대로 최종전에서 상현2를 소비해 버립니다. 상현3과 1,2의 대립구도도 나름 상상해 봤었는데 이것도 상현3을 그대로 소비해버리면서 원시적 불능이 됐으니 일단 넘어가고. 여튼 재밌는 전개를 만들 수 있는 캐릭터를 너무 쉽게 소비했습니다. 충주(시노부)가 죽긴 했지만 결국엔 그녀의 노림수였고(너무 뻔한 전개라서 뭐 다른거라도 있나 했습니다) 히로인년(카나오)의 눈 짝짝이행으로 상현2를 잡아버립니다. 상현3보다 훨씬 강한듯 묘사됐던 상현2를. 파워밸런스를 생각하면 적어도 지주 2~3마리는 죽었어야 했습니다. 사실 이렇게 지주를 소비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긴 있는데, 바로 최종장이기 때문이죠. 이때까지 남아있는 귀신측 전력을 생각하면 여기서 지주 2~3마리를 소비하면 라스트배틀 구도가 힘들어지긴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게 최종장이어선 안됐고, 지주들을 소비한 후 2부로 넘어가는 전개가 필요했던 겁니다. 상현6까지 그렇게 치열하게 싸웠으면서 그 후론 너무나 스무스하게 상현들이 썰려나갑니다. 상현2가 쉽게 따인 결말 뿐만 아니라 과정도 심각하게 문제가 있었는데, 상현2가 한번도 혼끼 모드를 보여주지 않고 쳐놀다가 그대로 지주도 아닌 주인공 동기 두마리한테 목이 따입니다. 그때까지 보여준 혈귀술들은 분명 유용하고 강력한 기술들이지만 그것도 사실상 보여주기 식이었습니다. 상현2가 죽을 때까지 기술들은 보여줘야겠고, 귀살대는 소비하기 싫으니 이러이러한 기술들이 있다는 것만 보여주자~ 같은 느낌으로요. 애당초 사이비교주라는 설정치곤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얼음 계열 능력이기도 하고. 하여간 별 긴장감도 없이 배틀을 하다가 그대로 끝나버리니 이 얼마나 시시한 전투입니까. 간부들 중에서 2짱이라는 놈과 싸웠는데.
그리고 시시한 배틀전개 뿐만 아니라 급하게 완결로 진행하면서 나타난 또 하나의 문제가 바로 급한 복선 회수입니다. 솔직히 뉴 상현6이 암주 과거의 그녀석이고 시끄러운 노란 머리의 웬수라는 포지션까진 그나마 봐줄 만 했습니다. 하지만 상현2가 충주의 웬수이자, 거기에 한번 더 나아가서 멧돼지(이노스케)의 웬수라는 이중 포지션은 복선을 회수하기 위해 아무 적한테나 대충 갖다 붙인 작위적 냄새가 풀풀 풍겼습니다. 연재 초반에 나왔던 멧돼지의 애미 떡밥은 사실 어떤 적한테나 가져다 쓸 수 있는 복선이었거든요. 지금 완결은 내야겠다, 이제 남은 매치업이 별로 없으니 대충 상현2한테 끼워넣으면 되겠지라는 가벼운 설계가 확확 느껴졌습니다. 게다가 멧돼지가 참전하면서 그나마 긴장감 있던 전투가 진짜 장난식으로 전개되기 시작했거든요. 히로인년의 회상에선 언제 서로 그렇게 하하호호 했다고 동기들과 따스했던 한 컷이 나오질 않나. 웃긴게 히로인년은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 전투일텐데ㅋㅋㅋㅋㅋㅋ 진짜 상현2 에피소드는 쓸데없이 급하게 최종장으로 들어간 문제가 한번에 확 터진 에피소드였습니다.
하여간 재밌게 전개할 수 있는 소재가 넘치는데도 그걸 활용 안하고 귀신들을 팍팍 소비했으니 만화가 전체적으로 매우 가벼워졌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전개는 여기서서 귀살대가 거의 궤멸하고 귀신측이 승리한 상태로 2부로 넘어가는 거였습니다. 살아남은 주인공 세대와 지주 몇마리 + 뉴페이스로 2부에서 다시 결판내는 그거요. 너무 뻔하지 않냐고 할 수도 있지만 왕도가 왕도인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겁니다. 상현들과 지주들의 파워밸런스를 생각하면 지주들의 피해가 이렇게 없이 스무스하게 진행하면 안되는 거였습니다. 동료들을 잘 안죽이는 소년점프 만화의 한계일까요.
뭣땜시 전개를 이렇게 서둘렀는지 모르겠습니다. 시원시원한 전개도 좋지만 템포를 늦춰야 할 때는 늦출 줄 아는 역량도 있어야 합니다. 후반부 에피소드들 중에서 그래도 몇가지 괜찮은 부분은 있긴 했지만(상현4의 소인배 설정, 한 컷 회상, 상현3을 악의 없이 갈구는 상현2, 그 외에 최종장 진입 연출 등) 못써먹은 설정도 많습니다.
그리고 결국 쓸데없이 빠른 전개가 마지막까지 이어졌습니다. 물론 최종전이 길긴 했지만 여기서 말하는 빠른 전개란 전투의 길이라는 측면보다 강약 조절따위 없이 그냥 후딱 완결내고 싶어하는 마음이 확 드러나는 가감 없는 스토리 진행입니다. 귀멸의 칼날이 애당초 빠른 전개로 호평받았다는 사실은 이미 언급한 적 있습니다. 하지만 이 빠른 전개가 최종장 진입부터 완결까지 이어짐으로써 개똥만화가 되었네요.
상현1의 캐릭터가 재밌는 타입은 아닙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재밌든 재미없든 싸장님(무잔)을 제외한 오니 중에서 최강의 적입니다. 말하자면 최강의 간부인 셈이죠. 오니+반점+호흡을 모두 갖춘 상현1이라면 엄청 강할 것이고 눈6개의 의미도 궁금할테고 호흡을 쓰는 오니는 어떤 특성을 보이는가 등등 여튼 강했어야만 하는 적입니다. 실적을 살펴보면 주인공 동기인 바람 동생군(겐야)과 지주들 중에서 상위권인 구름군(무이치로, 하주)을 처리했고, 공인 투탑인 바람군(사네미, 풍주)에게 중상을 입혔으며 최강의 지주 땡중(히메지마, 암주)에게 경상을 입혔습니다. 이정도면 그래도 상현 중에선 가장 높은 실적이긴 합니다. 애당초 다른 상현들이 귀살대를 더 쳐발랐어야 한다는 지적은 일단 넘어가구요. 문제는 실적에도 불구하고 전투를 살펴보면 강함을 거의 못 느끼겠다는 사실입니다. 구름군 팔 짤라내는 곳까진 볼만 했으나 바람군 상대로 그렇게 압도한다는 느낌도 없었고 심지어 땡중은 호각이라는 느낌마저 있었습니다. 혈귀술이라곤 몸에서 칼 튀어나오는 거랑 재생되는 칼, 칼 길이 늘리기, 달 참격 짤짤이 고작 이 정도. 다른 만화였으면 그냥 약한 간부 정도가 쓸 법한 기술입니다. 눈6개? 그냥 추한 자기 모습을 깨달으라고 그려준 건가요? 호흡을 쓰는 오니는 결국 다른게 뭐였고. 뉴 상현6(카이가쿠)은 그냥 맛뵈기 정도라고 생각해서 상현1이 좀 더 제대로 보여줄 줄 알았습니다. 기술이나 특성 이런걸 다 제껴놓고 봐도 그 허접한 달창 이펙트 연출 때문에 더 포스가 없고. 그리고 사실 구름군과 바람 동생군을 죽인 것도 제대로 쳐발라서 죽인 게 아니라 그냥 동귀어진으로 같이 죽었을 뿐. 이 만화에서 마지막으로 압도적으로 쳐바른 장면은 벌레년(시노부, 충주)이 뒈짖했을 때네요. 애당초 그것도 결국은 동귀어진이나 다름없었고... 뭐 하여간 구름군을 오니로 만든다든가 동생군이 바람군을 쳐먹고 상현1을 격파한다는 등 재밌는 전개가 이것저것 많이 떠오르는 데 그냥 이런 시시한 다굴 전투로 끝나버립니다. 그리고 그렇게 동생을 미워했고 강함을 추구했으며 단명하기 싫었던 양반이 추한 자기 모습을 보고 삶에 대한 갈망이 사라진다니 거 참 ㅋㅋㅋ
뉴 상현4(나키메)은 별 기대 안했으니 그냥 냅둘까 하다가 약간만 첨언하면, 만화 초반에 등판했던 구 하현6(쿄우가이)의 상위호환 혈귀술을 가지고 있으면서 한 거라곤 편리한 서포트 역할 뿐이었습니다. 구 하현6은 그래도 이런저런 공격력을 보여줬는데 얜 대체... 얼마나 만화를 후딱 끝내고 싶었는지 과거도 뭣도 아무 것도 없이 그냥 죽습니다ㅋㅋㅋ
이제 지인짜 심각했던 최종전을 까보죠. 상현1~3을 보면서 설마 이거보다 개판이겠어 했는데 진짜로 더 개판이었습니다ㅋㅋㅋ 먼저 최종보스가 그냥 촉수만 덩실덩실 휘두르는 피지컬캐였습니다. 지금까지 전개로 보건데 상현6하고 겹치긴 해도 분명 피로 싸우거나 지주들을 오니로 만들거나 등등 해서 싸울 줄 알았습니다. 근데 그딴거 없이 그냥 독만 바르고 덩실덩실~ 원래 이 작가한테 기발하고 재밌는 기술을 상상할 능력이 없다는 건 만화 초반부터 느끼긴 했습니다만 최소한 최종보스라도 뭔가 대단한 기술을 만들어줬어야 했습니다. 누군가 옆에서 아이디어라도 빌려주는 사람 없었나요? 몇 화 내내 촉수만 휘두르다가 한두번 써준 혈귀술은 뭐 임팩트도 없고 왜 처음부터 안썼는지도 모르겠고. 아니면 차라리 압도적인 피지컬캐로 만들어서 이런저런 형태로 몸을 만들어서 싸워보든가. 싸장님의 캐릭터나 와꾸는 좋은 편인데 아깝게 됐네요.
그리고... 주인공이 오니화 됐을 땐 이제야 재밌는 전개로 가나 싶었습니다. 흑화한 주인공을 다굴 치거나 2부로 가서 결판 내는 전개가 꽤 맛깔나기 때문에 잠시나마 기대했습니다. 처음 팔을 휘두를 때 자코들을 못 죽인 걸 보고 좀 싸하긴 했는데... 진짜로 몇화 만에 좆간으로 돌아오고 끝남ㅋㅋㅋㅋㅋ 이럴거면 대체 뭐하러 오니화 이벤트를 넣은거죠? 2화 정도 악악 지르다가 이상한 에너지공 오발한 모습이 다였습니다. 좆간으로 되돌리는 것도 히로인년(카나오)이 냅다 주사 박고 끝. 이게 이 만화의 진짜 최종전과 최후의 일격입니다. 재미라는 것에 대해 조금이라도 생각은 해보고 싸지른 전개인가요 이 작가는.
마지막화는 환생한 귀살대의 일상으로 마무리. 지랄도 참. 마사다 타카시가 자주 애용하는 환생 에필로그라도 따라해보고 싶었던 건지 잘 모르겠지만 이딴거 봐도 아무 감흥 없습니다. 한화만에 다 꾸겨넣자니 참 안쓰러운 어거지가 느껴졌고 애당초 귀살대에 재밌는 캐릭터들도 거의 없어서 환생한 꼴 보고싶지도 않고. 뭐가 멋있다고 좆고딩 두마리가 야마카시 하는 컷을 크게 그려박으면서 연출한 건지도 모르겠고.
완결까지 전개는 대충 깠으니 이제 전투쪽을 돌아보죠. 원래 이 만화가 전투씬이 재밌다고 할만한 만화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여태 평이 괜찮았던 이유는 체력 묘사라든가 부상입은 좆간의 한계 등등 약간 현실적인 디테일이 좋았던 부분이 먹혔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이것마저 최종장 들어가선 볼 수 없게 됐죠. 특히 주인공은 그렇게 연전을 하면서 중간에 기절과 독에 의한 반죽음까지 경험했는데 풀 컨디션으로 최종보스랑 맞다이 깐다? 눈 한쪽도 잃은 상태에서? 그리고 이놈의 귀살대는 뭘 쳐먹었길래 이렇게 회피력이 좋은거죠. 허군날 보여주는 전투씬이 아슬아슬하게 회피 반복, 못 피하겠다 싶으면 동료가 구해주기. 이걸 반복반복 하면서 결국 오니 격퇴. 특히 이게 가장 심했던 때가 딴 전투도 아니고 최종보스 전이죠. 와 진짜 잘도 피해다니네ㅋㅋㅋ 명중률 극악인 오니들도 어지간히 병신들이고. 회복이 안되는 좆간 특성 상 이런 전투를 그려야겠다는 건 알겠는데 너무 심하지 않습니까. 좀만 머가리가 돌아가는 만화가였으면 더 재밌는 전투전개를 보여줬겠죠.
이 만화가 패망한 결정적인 도구는 독입니다. 다른 배틀작품 보면 독을 쓰는 캐릭터가 많지 않아서 가끔 보면 재밌긴 합니다. 근데 이 만화는 강한 적의 대부분이 독을 씁니다. 최종보스마저. 기발한 기술과 전투를 쓸 머리가 안되니까 독이라는 발상 밖에 안나오는 것 같습니다. 뭐 적이 독을 잘 쓰는 것 까진 그렇다 쳐요. 문제는 상현2전에서 나온 독지랄과 최종전에서 써먹은 만능의 약들입니다. 몸 전체를 독으로 만들어서 쳐먹게 한 것 까지는 그렇다치고 사실상 그게 상현2의 결정타가 되었습니다. 독이 발동되고 나서부터 저항다운 저항은 거의 못하고 그대로 상현2의 목이 썰립니다. 최소한 약체화만 시키고 그때서야 상현2가 정신차리고 혼끼로 쌈박질하는 전개가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최종전... 정말로 무적의 약들이 다 했습니다. 나이 안쳐먹는다는 오니를 몇천년 수준으로 노화시키질 않나, 최종보스가 뿌린 독을 다 회복시키질 않나, 오니를 좆간으로 돌려놓질 않나, 대체 이 만화에서 약이 못하는 게 뭡니까. 이딴 시시한 전개를 최종전에서 봐야하는 독자들이 불쌍할 지경. 그리고 최강기술이라는 해의 호흡 13형이....ㅋㅋㅋㅋㅋㅋ 그래요 1부터 12까지 쭉 이어서 하는 게 13형의 정체라는 건 뭐 나쁘지 않아요. 근데 이걸 제대로 연출도 없이 흐지부지 쓰다가 완결났잖아요. 이걸 최후의 일격으로 싸장님을 벤 것도 아니고ㅋㅋㅋㅋ 뇌와 장기가 여러개 있다는 설정은 또 왜 쳐넣은건데.
그리고 독과 용호상박인 무적의 전개, 꿈. 꿈만 꿨다 하면 기술 다 배워오고, 과거사까지 다 알아내고, 빈사 상태에서 정신 차리고. 아니 대체 독하고 꿈이 못하는 게 뭔데요? 이 만화가 완결 날 때까지 내내 툭하면 꿈으로 각성하거나 뒈짖한 캐릭터들이 깨워주거나 이딴 쌍팔년도식 장면 좀 그만 봤으면 했습니다.
과거에 아군 측에 조온나 짱짱 쎈 최강의 전설이 있었다. 뭐 이런거도 싫습니다 전. 이딴 캐릭터가 있으니까 이야기가 더 재미없게 뒤틀리죠. 최종보스가 과거의 적에 벌벌 떠는거도 구리고, 주인공들이 그 뒤를 쫓는다든가, 의지를 이어받는다든가 이딴거도 재미없다고요. 되살려서 오니라도 만들었으면 또 몰라.
지난 감상에서 반점에 대해서도 못마땅하다는 말을 했습니다. 근데 최종장 가니 더 미쳤네요. 개나 소나 다 쓰는 몸 투명하게 보이는 그 기술, 칼과 칼을 부딪혀서, 혹은 조올라 쎄게 잡아서 발동되는 혁도ㅋㅋㅋㅋㅋㅋㅋㅋ 오니와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 써먹은 이 버프 기술들이 너무 지랄 맞습니다. 각 캐릭터의 개성에 맞춘 기술도 아니고 발동조건도 너무 어이없고 재미도 없고. 최종장 들어가기 전에 이 기술들을 발동하기 위한 훈련이라도 보여줬다면 조오오오금은 납득했을지도 모르겠네요.
만화 초반에 잠시 언급했다가 까먹어놓곤 상현1전에서 갑자기 꺼내든 희귀혈. 꼬라지 낮에 핀다고 여태 못찾아다닌 푸른 피안화. 왜 싸장님은 하필 그날 주인공 가족 집까지 친히 찾아와서 실험했는가. 급하게 캐릭터들끼리 엮어서 과거 떡밥 마무리. 멧돼지(이노스케)의 떡밥에 대한 비판은 지난 감상에서 이미 했지만 최종전에서 겨우 과거 회상 해주면서 캐릭터를 완결시키려 했던 뱀군(이구로)은 진짜ㅋㅋㅋㅋㅋ 급하게 최종장에 들어가니 이런 문제들이 계속 계속 끝없이 터지는 겁니다.
뭔가 퍼부을 욕이 더 많았던 것 같은데 슬슬 쓰기 귀찮아져서 이만 마무리 합니다. 이 만화가 지랄 난 이유는 바로 급한 최종장 돌입에 있습니다. 최종장 들어갈 생각을 말고 천천히 캐릭터를 성장시켜가며 간부들과 싸우거나, 최종장에서 얼추 상현1, 2 한테 귀살대가 궤멸 당하고 2부로 가는 전개가 필요했습니다. 2부 가면 추해지다느니 뭐니 그딴 말도 있는데 그건 애당초 만화가 안추했어야 먹히는 개소리입니다. 이 만화의 전개상 2부를 갔어야 안추해지는 구조였단 말입니다. 하여간 후반부터 욕만 쳐하며 꾸준히 보던 주간만화가 완결 됐습니다. 본래 작가라는 놈들은 지 버릇 꽁꽁 숨겨도 결국 터지게 되어 있는 인종입니다. '빨리 끝내고 싶다'가 노골적으로 작품에 영향을 미치며 결국 지랄 난 만화로 기억될 듯 싶습니다. 유포더블한테 평생 머리 쳐박고 감사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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