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이군.
패배를 갈망한 이래 승리를 만끽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던 내가…
사실은! 한번도 이긴 적이 없다……
크하하하하하, 이 이상의 비극이 어디 있겠는가, 하하핫!」
원작만화가 2부 사형수편까지 절정을 찍고나서 이젠 개그만화나 다름없다는 이야기는 예전에 대충 감상을 써갈겼을테니 스루하고 애니 위주로 포인트를 잡아보겠습니다.
1부 애니가 끝난 후 오랜 세월이 지나서 2부 사형수편이 애니화 되었습니다. 사형수편이 예측불허(요즘의 바키는 다른 의미로 예측불허)의 전개와 사형수들의 개싸움이 볼만해서 1부의 최대토너먼트 다음으로 재밌는 파트이므로 제법 기대할만 했습니다. 뭐 결과적으로 무난한 애니화였다고 생각합니다. 오리지날 요소를 단 하나도 집어넣지 않고 원작을 그대로 따라간 덕에 무난하게 흘러갈 수 있었습니다. 분량조절도 거의 정확했구요. 막판에 아라이 등판+짱개전 돌입 파트를 없애고 24화로 만들었다면 훨씬 깔끔했겠지만.
1부 애니를 본 적은 없지만 성대들이 대거 교체됐다고 알고 있습니다. 1부 캐릭터들 성대는 그렇다치고 사형수들의 성대들은 5명 전부 이미지에 딱 맞게 캐스팅 됐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진짜 싸이코 할배같은 스펙의 목소리와 사형수들 중 가장 인간미가 있었던 덕인지 무려 코야스 목소리를 쓴 도일이 특히 잘 어울렸습니다.
오프닝은 1기 오프닝이 매우 훌륭했고 2기는 이게 뭔가 싶었음ㅋㅋㅋ 오프닝은 뭔 폴리곤 격투가 튀어나오고 엔딩은 엑스트라들이 총출동 해서 기묘한 표정들+격투만화같지 않은 음악과 함께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카오스입니다. 마지막화는 크리스마스랍시고 산타버전이 살짝 흘러감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시 1기 오프닝 이야기로 돌아와서, 중반은 낡은 티가 나는 영상 연출이었지만 도입부와 후반부는 근래 본 애니메이션 오프닝 영상 중 가장 좋았습니다. 사형수들의 실루엣이 지나가며 분위기를 살리는 오프닝 음악 도입부와 1부의 최대토너먼트를 빠르게 요약하며 지나가는 오프닝 후반부 얘기입니다. 결승전이었던 바키vs잭이 특히 원작초월급으로 잘 만들어졌습니다. 입 속 앵글 -> 펀치 -> 땅 차며 마지막 길로틴 -> 바키 표정 클로즈업 -> 악마의 등 발동 -> 이빨 뽀개지며 잭의 실신. 이 모든 과정의 연출이 완벽했습니다. 근데 애니 도중에 이 시합을 회상할 땐 그냥 평범하게 회상하고 끝냄ㅋㅋ
그리고 설마설마 사가 에피소드를 쳐박을 줄 생각도 못했습니다. 작가 본인이 직접 그린 바키와 히로인의 섹스씬 그거요... 진짜 짐승도 섹스는 그렇게 안합니다. 애니는 살짝 축약해서 나오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웃겼습니다. 나레이션도 녹음할 때 웃긴 거 참느라 힘들었을 듯.
문제를 몇개 지적하면 첫째로 3D입니다. 제작비가 덜 들어서 그런지 요즘 애니들이 3D를 쓰는 경향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습니다. 까고 말해서 애니메이션에 3D 넣어봤자 어색하기만 하고 전혀 안어울려요. 바키도 마찬가지. 그나마 후반부터 형편이 좋아졌는지 3D를 언젠가부터 안쓰긴 했습니다. 근데 굵직한 전투씬은 거의 초중반에 몰려있어서.......
그리고 정말 치명적이라고 느껴졌던 것은 효과음입니다. 격투만화 주제에 치고 박는 효과음이 너무 물컹해요. 맞아도 하나도 안아플거 같잖냐.
마지막으로, 바키 작가가 즐겨쓰는 인터뷰기법이 영상매체에선 굉장히 써먹기 힘들다고 느꼈습니다. 거 왜 허군날 쓰는 그거 있잖아요. 열심히 쌈발질 하는 도중에 다른 인물의 증언을 취재형식으로 보여줌으로써 전투를 더 자세히 묘사하는 그거. 이게 코믹스에선 쓸만한 기법일지도 모르겠지만(근데 너무 남발했지) 애니메이션에선 영상매체라는 특성상 흐름을 심하게 끊어버리는 연출입니다. 분위기가 차오르다가 뜬금 화면 넘어가면서 설명충 이야기나 듣고 있자면 텐션이 팍 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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